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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불교에 있었다
2020년 04월 01일 (수) [조회수 : 19]
   
 

분명히 이겼는데도 매번 지는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끝없는 막막함과 공허함. 좌절과 분노를 오가며 평생을 찾고 또 찾았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 2018년 결국 정말이지 극에 달해 모든 걸 포기하려던 순간 기적처럼 다가와 내게 답을 준 것. 그건 다름 아닌 ‘불교’였다. ‘나’. 답은 거기에 있었다. 인간의 지혜는 그 사람의 경험을 넘지 못하며, 깨달음 또한 시작일 뿐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조계사 100기 기본교육과 동시에 신청한 조계사 선림원장 남전스님의 ‘참선입문과정’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이자 내 인생 첫 ‘알아차림’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1년 후 나를 살리는 힘이 되어 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2019년
암4기 진단을 받다

‘선택의 자유와 그에 따른 결과의 받아들임’은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정확히 1년 후 뇌, 호흡기, 뼈 전이까지 일어난 말기암 진단이 내려졌고 그건 내게 실질적인 사형선고였다. 그런데 남들이 말하듯 ‘기적’은 그때부터였다.
‘불교’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하리만큼 내가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뿐 아니라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그 절망적인 상황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암 확진 후 의료진까지 포기했던 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유전자 맞춤 항암제 1알과 24시간 통증관리를 위한 마약패치, 그리고 내 상황을 바로 알아차리고 일상과 다름없이 받아들이는 긍정적 마인드와 그저 멈추지 않으려는 의지였다. 암 확진 후 포기했던 방사능 치료가 시작된 것 또한 오로지 내 선택이었고,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직 믿는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
그리고 첫 방사능 치료 후 심각하게 치료중단을 고민할 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나는 그저 나아가야 했고 원인 파악이 필요했다. 집중과 호흡이 문제였고, 다행히도 내겐 1년 전 참선입문과정의 경험이 있었다.
두 번째 치료부터 처음의 고통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마지막 14번째까지 내겐 치료가 아닌 참선의 시간일 뿐이었다. 전신이 고정된 상태에서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호흡뿐이었고, 무엇보다 조계사 참선입문과정을 통해 배운 참선 경험이 절체절명의 순간 고통을 잊고 평온히 화두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2019년 11월 외래 진료에서 찍은 뇌MRI 결과, 실명이나 기억력 감퇴 등 별다른 후유증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크고 작은 종양들이 육안으로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놀라운 기적으로 이어졌다.


2020년
계속 나아가다

일체유심조. 모든 상황은 그걸 보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심각하게 보면 한없이 심각하고 평범한 일상의 일부로 보면 그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별거 아닌 일일 수 있다. 결국, 심각성의 여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뿐이다.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고 여전히 월 진료를 반복하며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내게 그저 보통의 일상일 뿐, 내가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은 긍정적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집중하고 의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느리지만 절대로 멈추지 않는 것.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는 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다.

글 | 최명희(성수행, 수행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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