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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
원각경 금강장보살장 말씀에서
2020년 04월 01일 (수) [조회수 : 14]
   
 

부처님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알 수 없는 희열이 온 몸을 휘감았다.

“당신의 예상을 벗어났을 뿐, 잘못된 일은 없습니다!”
삶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들의 핵심을 정확히 지적하신 말씀이었다. 그렇다! 골칫거리 문제는 ‘누구’ 혹은 ‘무엇’에서 발생한 게 아니었다. 특정 현상을 ‘골칫거리’로 여기는 나의 태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특정 현상을 골칫거리로 여기는 나의 태도는 과연 정당할까?’
나는 여태 한 번도 이렇게 되물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늘 시선을 바깥으로만 향하면서 누구를 탓하거나 무엇을 탓하는데 골몰했고, 누구를 바꾸고 무엇을 바꾸려고 열중했던 것이다. 돌아보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골목을 지나 현관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 마디가 툭 터져 나왔다.
“그래, 잘못된 것은 본래 없었어!”
신발을 벗고 고개를 들자 아내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맞이하였다.
“뭘 그렇게 중얼거려요?”
“어, 아무 것도 아니야?”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아니, 특별한 일 없었는데?”
“근데 이상하네?”
“뭐가?”
“이렇게 싱글벙글한 얼굴은 옛날에 연애할 때 이후로 본 적이 없는데.”
“그래?”
싱긋이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자, 아내가 졸졸 따라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당신 아무래도 이상해. 솔직히 말해 봐. 애인 생겼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불안함을 숨기려고 더 당당한 척하는 아내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애인 생겼다. 젊은 시절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만큼이나 가슴이 설레는 그런 사람을 만났지.”
“어떤 여자야!”
날카롭게 목청을 세우는 아내의 등을 가만히 다독여 주었다.
“근데, 여자는 아니야.”
아내의 손을 당겨 곁에 앉히고 그간 부처님을 만났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잘못된 것은 본래 없었어!’라고 중얼거린 거야.”
아내가 새치름한 눈으로 애써 웃음을 감추면서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매력을 느낀 분이면 질투가 나서라도 나도 한번 만나봐야겠네.”
“좋지! 당신도 아마 첫 눈에 반할걸.”
둘이서 한참이나 웃었다.
그리고 주말이 찾아왔다. 아내와 함께 부처님을 찾아갔다. 부처님은 처음 나에게 보여주셨던 그 웃음을 아내에게도 보여주셨다. 아내 역시 그 웃음에 첫 눈에 반한 눈치였다. 이런저런 인사치례를 마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 잔의 차를 마시고, 부처님이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물으셨다.
“남편이 속은 안 썩입니까?”
“아휴, 예전엔 이만 저만 아니었죠. 별 것도 아닌 일에 짜증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훈계하듯이 목청을 높이고 …. 뭐가 그리 심각한지 늘 무거운 표정이었거든요.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시간도 많았고요.”
“요즘은요?”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쫓아온 겁니다. 요즘 남편이 이상해요.”
“어떻게요?”
“뭐가 그리 좋은지 늘 싱글벙글입니다. 대화하며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고요. 예전엔 남편이라도 조심스러웠는데 요즘은 정말 편안한 친구 같아요. 사람이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예요. 그래서 까닭을 물었더니, 부처님을 만나고 저절로 자신이 변하더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도대체 내 남편을 이렇게 변화시킨 분이 누굴까?’ 궁금해서 저도 따라온 겁니다.”
“그래요? 만나보니 어떻습니까?”
아내는 용감했다.
“뭐, 그냥 … 좋으신 분이란 건 알겠습니다.”
“왜요? 실망하셨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남편이 하도 칭찬하기에 얼굴에서 빛이라도 번쩍번쩍 나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자칫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말에도 부처님은 조금도 불쾌해하지 않으셨다. 도리어 더 밝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번쩍번쩍 빛나면 그게 형광등이지 사람입니까?”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부처님도 아내도 나도 한참을 깔깔거렸다.
그러다 아내가 대뜸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쩜 그렇게 티 없이 웃으실 수 있죠?” 
“제 웃음이 마음에 드십니까?”
“예, 꼭 애기 같으세요.”
“팔십 노인더러 애기 같다니, 칭찬이 아니라 욕이군요.”
또 셋이서 한바탕 웃었다. 그 웃음이 잦아들 무렵, 아내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제법 정중하게 여쭈었다.
“제 남편이 근래 웃음이 많아지고 한결 부드러워진 까닭을 이제야 알겠군요. 그런 남편 덕분에 저까지 덩달아 요즘 살맛이 나니, 제가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기탄없이 말씀해 보세요.”
“남편이 요즘 ‘잘못된 것은 없어. 문제라고 보는 것이 문제야.’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이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옳은 건 옳은 것이고 틀린 건 틀린 것 아닌가요? 옳고 그름도 구분할 줄 모르면 무지한 사람이나 이성이 부족한 동물이랑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그래서 남편에게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지만 대답이 영 시원치 않습니다. ‘잘못된 것은 없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부처님이 몸을 숙이고 가까이 다가서면서 말씀하셨다.
“참, 좋은 질문입니다. ‘잘못된 것은 없다’는 말을 이해하고 스스로 깊이 수긍하게 되면 당신도 남편처럼 싱글벙글하게 될 것입니다. ‘잘못된 것은 없다’고 말한 까닭은 생각 즉 이성에 대한 맹신과 독단 그리고 고집을 버리라는 것이지 이성적 판단을 부정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아내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말씀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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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헌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현재 동국역경위원. 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 조계종 간행 <부처님의 생애>, <청소년 불교입문> 집필위원으로 참여. 저서로 <커피와 달마>, <붓다를 만난 사람들>, <육바라밀>등이 있다.

글 | 성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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