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30 토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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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러서 보세요.
2020년 02월 01일 (토) [조회수 : 13]
   
 

잘 지내시는지요. 아니! 잘 살아가고 계시는지요?
오늘은 눈으로 어떤 것을 보셨나요?
지금 잠시 눈을 돌려서 한쪽에 조용히 약간은 수줍어 보이는 햇살을 좀 보십시요! 느낌이 어떠신가요?

저는 순간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잠시지만 마음에 고요와 평화로움 그리고 더 들여다보면 따뜻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져요. 내가 좋아하는 약간은 행복해지는 느낌은 실은 아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어요. 반면에 내가 불편해지는 느낌도 이렇게 작은 것에서 불현듯 만나게 되지요. 행복한 느낌을 만나는 과정을 좀 더 들여다보면 불편한 느낌이 다가오는 것도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 한번 햇살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잠시 머물러서 보세요. 그 평온한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저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요. 어릴 때 절에서 밖으로 나와 논두렁에 간 일이 있어요. 코끝에 약간의 찬바람이 느껴지지만 햇살이 따뜻한 봄날이었어요. 푸른 새싹의 기운이 풀뿌리로부터 막 올라오는 것이 보일 때쯤이었나 봐요. 누런 잔디색이 따뜻한 느낌을 주고 포근한 방에 깔린 이부자리 같았어요. 그곳에 몸을 기대고는 옷깃을 여미고 앉아 있었어요. 금세 살짝 잠이 들었나 봐요. 지금도 그 행복한 잠은 그리울 때가 있어요. 따뜻한 햇살을 보면 저는 이런 행복감이 다시 살아나요. 그래서인지 어느 찻집을 가거나 할 땐 꼭 햇살이 들어오는 가까운 자리를 찾아서 앉고 싶어 해요. 지금 경험하는 행복한 느낌도 사실은 과거의 업식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이 지금 느끼기에 절대적인 것 같지만 아마도 과거의 그 느낌을 찾고 싶어서 좋아하게 되고 그것을 방해받을 때 싫어하는 느낌을 경험하는 하나의 단순한 사건들이 아닐까요? 오늘 하루 사시면서 눈으로 보이는 것 때문에 뭔가 마음이 불편해졌다면 한 번쯤 다시 그 마음을 되돌려 보면 어떨까요! 싫어하고 좋아하는 그 느낌을 다시 들여다보면 훨씬 작아지고 아마도 더 유연해지고 여유로워진 나의 모습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느낌들을 가족이나 친구나 동료들과 나누어 보신다면 훨씬 따뜻한 세상을 만날 거예요. 저는 돌이켜보면 정의감에 사로잡혀서 많이 살았던 것 같아요. 특히 어린 시절에는 용감하게 주장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을 공격하기도 했어요.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 정의라는 것은 제 기준이었어요. 다투는 곳에 가서 들어보면 서로가 정의를 위해서라고 해요. 들어보면 그 말이 맞아요. 그런데 그 정의를 위해서 상대를 힘들게 하거나 혹은 정의의 기준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스스로를 괴롭혀요. 결국은 관계가 불편해지고 상대는 점점 나를 멀리하고 나만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나는 정의롭게 바르게 주장했고 상대를 위하는 마음으로 헌신하고 희생해 왔는데 왜 다들 나를 불편해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혹시 이런 느낌을 경험하는 분은 안 계신가요? 제가 자주 듣는 말이거든요.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만나면 이야기들을 하니 그 일은 꼭 이들을 위해서 내가 해야 되는 일일 거야! 라고 해서 그 일을 시작하면 일을 너무 많이 벌린다고 하니 나는 오히려 답답하기만 할 때가 많아요. 요즘은 그분들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내가 해야만 한다고 하는 일은 내가 하지 못해서 해보고 싶은 일이고 내가 옳다고 하는 것은 나만의 견해를 타인의 사정이나 환경을 모르면서 강요하는 것들이더라고요. 이 일은 꼭 해야 해! 라거나 이 일은 절대 하면 안 돼! 라는 것은 내 과거 업식의 반응일 뿐이었어요.
 
금강경에서 “상에 주하지 말고 살아라”는 말씀이 있어요. 무주상 보시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보시는 누군가에게 보시한다고 할 때의 보시의 뜻이 아니에요. 무주상 행을 설명하고 있는데 약간에 오해가 있을 수 있는 표현이에요. 눈으로 어떤 상황을 보고 일어나는 생각이 상이라고 해요. 이 생각에 머물러서 좋아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상에 주해서 하는 유주상 행이겠지요. 이런 주장들은 그 상황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인데 이것에 빠져서 지나치게 고집하고 그렇지 않은 다른 이와 다툰다면 이것이 바로 상에 머물러서 하는 행이겠지요.

생각을 고집하면 고통으로 가는 삶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내 자신이 그러고 있는 제 모습을 또 봅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은 무주상 행을 해야지!라고 다짐해봅니다. 그런데 누군가라고 말할 수 없지만 뭔가를 보면 아니! 저번에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왜 고치지 않을까? 이번에도 넘어가면 절대로 고쳐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 절은 망할 거야! 라고 점점 더 지나칠 정도로 생각이 커지고 더 이전에 그랬던 것까지 떠오르면서 한바탕 바다에 태풍이 와서 밑바닥부터 뒤집어지듯이 마음이 난리가 납니다. 그나마 그 때에 상대에게 표현이라도 안 해야 하는데 하고 나면 더 힘들어집니다. 조금 지나고 나서 다른 상황들을 보다 보면 욱했던 마음이 기억도 안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마음들을 상이라고 합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런 마음들이 일어날 때 바로 행하지 않고 멈추어서 지켜볼 수 있는 힘을 3분이라도 키울 수 있다면 나의 많은 업들이 반 이상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분노의 감정은 1분 이상 지속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고 분노가 일어날 때 쓸 수 있다면 무주상 행을 잘 하는 것입니다. 저도 오늘 그거 성공할 때까지 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해보시면 좀 더 삶이 순탄해지리라 믿습니다.

글 | 하림스님 (부산 미타선원 행복선명상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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