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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2020년 02월 01일 (토) [조회수 : 15]
   
 

해가 바뀌면 사찰에서 정초기도나 입춘불공 등을 모십니다. 평소보다 동참하는 신도들도 많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또 이때 절에 가보면 부적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속옷을 태우는 등의 의식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적인 신행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아직도 불교를 미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이런 것들 때문은 아닌지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불교의 4대 명절은 부처님오신날, 출가(出家)일, 성도(成道)일, 열반(涅槃)일입니다. 그런데, 4대 명절을 입춘(立春), 부처님오신날, 백중(百衆), 동지(冬至)등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절에 사람이 많이 오는 날을 명절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실제로 각 사찰에서도 이런 세시풍속에 맞춰 여러 행사를 진행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입춘은 양력 2월 4일이나 5일에 있는 일 년의 24절기 중 첫 번째로 돌아오는 날입니다. 절기는 농경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한 해의 풍년과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 고유의 풍습 중 하나입니다. 홍수(水)와 태풍(風), 화재(火)의 세 가지 재난인 삼재(三災)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하고 일 년 내내 별 탈이 없음을 소원하는 날이지요. 그래서 민간에서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춘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입춘방을 대문에 붙이고 부정(不淨)한 것을 태워 재앙을 물리치며 삼재풀이의 부적을 저마다 지니는 풍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은 이것을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닙니다. 입춘이나 동지 같은 민족 고유의 풍습이 불교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궁극의 목표는 무엇보다도 중생의 구제(救濟)에 있습니다. 특히 대승불교가 일어나면서 모든 중생들에 대한 구원사상이 강조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신앙형태가 생겨나는데 토속신앙이 유입되는 것도 이런 측면이 강합니다. 불교의 특징 중 하나는 불교적 가치라는 목표의 구현을 위해 강제적이거나 강압적인 물리력을 동원하여 포교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불교라는 이름으로 종교전쟁을 일으킨 적이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르침을 널리 확대하는 과정에서 그 지역과 지역 사람들의 문화, 사상 등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포용력을 발휘하여 함께 공존하며 과감히 수용했습니다. 따라서 중생을 교화하는데 그것이 비록 비(非)불교적인 토속신앙이라 하더라도 수용하게 됩니다. 불교가 인도에서 시작하여 티벳, 중국, 한국, 일본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러한 모습은 잘 나타납니다. 외래종교인 불교가 우리 민족의 전통 종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찰에 모셔져 있는 산신각(山神閣), 삼성각(三聖閣)과 같은 민족 고유의 신앙적 요소들은 그런 결과물이구요.

입춘 같은 전통의 풍속도 중생구제라는 차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속옷을 태운다든가 삼재부, 재수부(財數符) 같은 부적을 몸에 지니는 행위는 과감히 버려야 할 부분입니다만 절기의 풍속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부적 대신에 부처님 경전을 몸에 지니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경전을 일 년 동안 읽고 이해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지요. 부적으로 나쁜 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소극적인 생각, 어리석은 생각에서 벗어나 항상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나와 함께 한다는 적극적인 생각, 불자다운 생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 생각, 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이렇듯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중생들의 소박하고 간절한 소망을 불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분들을 위해 축원하고, 입춘의 생명력과 같은 세시풍속의 대중성을 매개로 하여 부처님의 중생구제라는 가르침으로 변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우리 불자들이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글 |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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