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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함과 진솔함으로 불국토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 찬탄
노래하는 비천
2019년 12월 02일 (월) [조회수 : 64]

● 단 한 번 듣고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이름이 있다.  ‘노래하는 비천’이 그러하다. 가까이로는 사찰의 사물(四物)인 범종에 새겨진 아름다운 비천상을 기억나게 하고, 멀게는 고구려 고분 벽화 속 악기를 연주하는 아름다운 천녀들을 생각나게 한다.
‘노래하는 비천’(이하 비천, 단장 보광수 이갑순)은 우리동네 조계사 32개 지역모임 불자들로 구성된, 창단 1년이 채 안된 새내기 합창단이다. 단원 수는 120여 명에 이르나 소프라노, 알토 등 음역별 파트가 따로 없이 ‘즐겁고 자연스럽게’를 모토로 노래한다. 올해 초에 출범해서 비록 지금은 멜로디만으로 노래하지만, 백 이십여 명이 넘는 단원들이 느끼는 환희심과 신심의 깊이는 어떤 합창단에도 뒤지지 않는다.

‘노래하는 비천’이란 이름은 현 주지 지현 스님의 작품이다. ‘비천(飛天)’은 ‘하늘에 사는 천인, 천녀’ 들을 가리킨다. 초인적인 힘이 있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존재로, 주로 부처님이 설법하시는 곳이나 보살이 머무르는 곳에 나타나 허공을 날면서 꽃을 뿌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찬탄한다고 전해온다. 우리에게 친근한 모습은 성덕대왕 신종(771)에 돋을새김된 비천상인데, 대부분 머리에 화관을 쓰고 천의(天衣)를 길게 나부끼면서 하늘에서 비스듬히 내려오는 모습을 하고 있다. 비천은 음악을 좋아하고 하계의 사람들과 왕래하는 존재로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불보살님께 공양 올리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 10월 9일 우리동네 조계사 8주년 기념행사

작년 승보 공양 행사 계기로 결성  

‘비천’이란 이름은 합창단 창단 계기와도 관련이 있다. 작년 10월 우리동네 조계사 지역본부가 주최하는 첫 승보 공양 행사가 있었다. 행사를 앞두고 5개 지역본부장과 32개 지역장이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우리동네 조계사가 주최하는 행사인 만큼 음성공양도 지역모임 불자들이 직접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사중의 다른 합창단에게 부탁하기보다 지역모임 불자들이 열심히 연습해서 조금 서툴러도 직접 음성공양 올리는 게 더 뜻 깊다는 의견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고, 동참자 모집에 지역장들이 발 벗고 나섰다. 각 지역장을 중심으로 3~4명씩, 목표 인원 100여 명이 어렵지 않게 채워졌다. 한 달 안 되는 준비기간에 고작 서너 번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800여 명의 관객들 앞에서 초보 단원들은 의연하게 세 곡을 완창했다. 떨거나 실수하는 사람도 없었다. 흰색 윗옷과 까만색 바지인 단복의 단순함은 가슴에 꽃사지를 달아 우아함으로 승화시켰다. 공연으로나 의상으로나 성공적인 행사였다. 특히 주지스님의 점수가 가장 후했다. 그 여세를 몰아 작년 연말, 신도회 송년법회 공연에도 동참해서 신도들에게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올해 1월, 마침내 우리동네 조계사 지역모임의 합창단 ‘노래하는 비천’이 출범했다. 단장은 5개 지역본부장 중, 동부지역 본부장인 이갑순 본부장이 맡았다. 노래하는 비천 단원의 자격 조건은 단 하나, 우리동네 조계사 지역모임 참가자면 누구나 가능하다.


 

   
 

‘즐겁고 자연스럽게’ 노래하자!

올 10월 9일, 우리동네 조계사 지역본부가 주최하는 8주년 기념행사 승보공양 장소인 대웅전 앞마당. 행사에 참석한 불자들은 100여 명으로 구성된 대형 합창단 비천의 〈마하반야바라밀〉과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감상했다. 멋진 기교나 예술적인 화성은 없었지만, 한마음 한 곡조로 부르는 음성공양은 더 뚜렷이 사람들 마음 속 깊이 전달되었다. 무대 위의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연신 “우리 할머니다! 할머니!”를 외치는 개구쟁이 손자들의 모습도 신나고 따사로운 선물이었다. 실력 있고 세련된 합창에서 받는 감동과는 다른, 편안하고 익숙한 휴식 같은 감동이었다.
 
비천 합창단은 매달 둘째와 넷째 번 화요일(오전 10시~12시)에 연습을 한다. 100여 명의 단원들이 참석하는 이 시간의 안심당 지하 합창실은 노랫소리와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친다. 출범 초기부터 비천을 지도해온 이종만 조계사문화원 원장의 ‘즐겁고 자연스럽게’라는 지도 취지에 영향을 받아, 연습시간은 긴장보다는 밝고 즐거운 분위기가 넘친다. 좋은 벗 풍경소리 대표이며 합창단 지휘 경력이 풍부한 이종만 지휘자에게도 비천은 기존 합창단과는 좀 다른 지도법이 필요한 합창단이다. 오디션을 거쳐 실력이나 소질 등을 기준으로 뽑는 합창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트별 화음 대신 찬불가 가사에 집중함으로써 노래가 마음공부의 방편이 되게 하는……. 노래를 잘 불러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즐겁게 노래해야 행복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갑순 단장과 함께 합창단을 이끌어가는 임원은 부단장 여연화 안현미 종로지역모임 지역장이 유일하다. 비천은 아직은 체계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 이갑순 단장과 안현미 부단장은 넌지시 “연습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씩으로 늘리고, 음역별로 파트를 나누어 합창단의 면모를 갖추어가는 것이 꿈”이라며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합창단이 자리를 잡으면서 점차 지향해야 할 일들이다. 너무도 소박한 그 작은 바람이 더욱 진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잠깐 인터뷰_ ‘노래하는 비천’ 보광수 이갑순 단장

   
 

초발심 키운 원찰,
조계사

이갑순 단장과 조계사의 인연은 깊고 오래 되었다. 혼인과 함께 상경해서 명륜동에 신혼살림을 차렸던 시절이니, 1979년경이다. 당시 공무원이었던 새신랑은 주말이면 새색시 손을 잡고 조계사를 참배했다. 종교가 없었던 새색시는 그렇게 불자 남편 덕분에 부처님을 만났고, 삼남매를 키우면서 그들로 인해 겪은 다사다난으로 불심이 더 단단해졌다.  
“돌잡이 아들을 업고 108배를 했던 기억이 제일 또렷해요. 아들이 아파서 너무 겁이 났었어요. 병원에서 나와 곧바로 조계사 법당으로 달려왔지요. 그 뒤로 세 아이의 엄마로서 입시 때, 특히 아들 사법시험 볼 때 등, 그럴 때마다 매일 1,080배씩 몇 년간 기도했지만, 그 때처럼 절실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 덕분에 불심이 깊어진 겁니다.”  

초발심 때는 정말 열심히 절을 했다. 자녀들 입시 때 매일 1,080배를 3년간 한 적도 있다. 설악산 봉정암은 이 단장과 가족들이 자주 찾아가는 기도처다. 자신들로 인해 부모의 기도가 깊어지는 걸 지켜본 삼남매도 어느덧 부모와 함께 기도하는 도반이 되었다. 두 사위 역시 불교와 인연이 깊다. 절에서 만난 보살과 사돈을 맺고 그 아들을 큰사위로 맞이하는 등, 자신의 말처럼 복이 많은 사람이다.
판사로 일하는 외아들은 봉정암 기도를 좋아한다. 중3 때, 고입 시험을 치르고 곧바로 이 단장이 기도하고 있던 조계사 대웅전까지 와서 108배를 했을 만큼 어릴 때부터 불심이 남달랐다. 작년 추석 연휴 때는 어머니를 모시고 봉정암에서 기도를 올렸다. 이갑순 단장도 봉정암을 오르내리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체력을 단련할 정도로 봉정암에서 기도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한 10년간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고생했어요. 그런데 봉정암에서 절하고 기도하고 나면 가슴도 편안해지고 몸이 훨씬 가벼워졌어요. 그 때부터 자주 다니게 됐어요.”


기도와 봉사, 공부의 삼박자가 맞아야
 
기도만 하던 이 단장에게 불교 공부를 권한 건 남편이었다. 그만큼 기도를 했으니 이제 공부할 때가 되었다며, 불교대학 입학을 권했다. 58학번으로 입학해서 내친 김에 불교대학원(60학번)까지 진학해서 2년 과정을 마쳤다. 그를 계기로 사중 봉사를 시작, 우리동네 조계사 성동지역장을 맡아 3년간 활동했고, 지금은 동부지역 본부장으로서 조계사 신도조직의 핵심 임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파주장애인 시설 정기 봉사활동을 비롯해서 가족들이 함께 일정 기간 동안 기부금을 모아 연말에 불우 이웃을 돕는 등, 이갑순 단장 가족의 삶에는 봉사가 일상이 되어 있다. 절에 다니면서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물었다.

“기도와 봉사, 공부의 삼박자가 맞을 때, 그 때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요즘은 봉사에만 치우쳐 있어 가끔 허전함을 느낀다며, ‘봉사가 곧 기도’라는 생각으로 버티는 중이라고 한다.

노래하는 비천 합창단이 부처님께 여법한 음성공양을 올리고,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안에서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자신의 바람이라는 소박한 그의 말이 더욱 진솔하게 다가왔다.

 

글 |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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