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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의 숨소리 우리 민요, 부르는 이 흥겹고 듣는 이의 어깨는 들썩!
조계사 민요팀
2019년 10월 02일 (수) [조회수 : 38]

● “스님, 우리 절에도 민요팀이 꼭 필요해요. 우리 전통 가락으로 노래하는 민요팀을 만들게 해주세요.”
2011년 즈음, ‘소리’를 하는 한 불자가 당시 국장 소임을 맡고 있던 스님께 간곡히 드린 청이었다. 당시 조계사에는 서양음악을 하는 팀은 어머니합창단 등 여럿이었으나 ‘우리 가락’을 하는 단체는 거의 없었다. 진지하게 듣던 스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번 생각해봅시다”라며 여지를 주셨다. 덕분에 조계사 민요팀의 전신인 ‘민요동아리’가 출발할 수 있었다. 그때 청을 드린 그 소리꾼이 바로 여래심, 이승은 민요팀장이다. 
“경기민요 소리꾼으로서 사찰인 조계사에서 우리 소리를 못 듣는 게 늘 아쉬웠어요. 스님께 작정하고 말씀드렸는데 운 좋게 받아들여져서 얼마나 기뻤는지, 지금도 기억나요.”
홍보를 많이 못한 채 동아리 개설 첫날을 맞이했는데, 결과는 너무 씁쓸했다. 지원자가 딱 두 명뿐이었다. 어언 8년이 지난 일이다.


 

   
▲ 2018.10. 조계사 소국음악회

남녀 팀원 약 40명,
한 달에 한 번 꼴로 공연  

시작은 비록 두 명으로 초라했지만, 여기저기 입소문이 돌면서 팀원이 늘어 현재 40명 가까운 인원이 활동하고 있다. 팀원 자격은 기본교육을 마친 조계사 불자여야 하고, 불교대학과 선림원 등 교리공부와 신행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다만 남녀노소는 가리지 않고 수시로 모집한다. 현재 남녀 비율이 1:3 정도다. 지난 2017년 포교본부 소속으로 정식 출범한 민요팀은 매주 월요일 오후 3시~5시, 안심당 지하 합창실에서 이승은 팀장의 지도를 받는다. 그렇게 5개월 정도 열심히 익히면 개인차는 있지만 무난히 공연무대에 설 수 있는데, 현재 공연이 가능한 팀원은 20명 안팎이다.
경기민요는 특히 일반 노래에 비해 나이가 들면서 더 소리가 깊어지고 곰삭은 맛이 나서 늦은 나이까지 활동할 수 있다. 그래서 민요팀은 가장 젊은 팀원(38세)과 나이 든 팀원(85세)의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벌어지는 편이다. 

경기민요는 서울과 경기 지방에서 불리던 민요로서, 충청도 북부지방 일부와 강원도 지방 일부의 민요까지 포함하므로 중부지방 민요라고 할 수 있다. 서도민요나 남도민요에 비해 소리가 대체로 맑고 깨끗하며 경쾌한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빠른 박자에 다섯 음계(솔, 라, 도, 레, 미)를 쓰는데, 노랫가락, 태평가, 아리랑, 뱃노래, 노들강변, 한강수타령, 창부타령, 한오백년, 방아타령, 경복궁타령 등이 대표적인 곡이다.
조계사 민요팀의 주요 연주곡은 노랫가락,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뱃노래, 회심곡 등의 전통 민요와 비나리, 김영임 명창의 ‘배 띄워라’ 등의 창작곡도 있다. 연주 때 악공은 적어도 대금, 피리, 장구, 해금, 가야금, 아쟁 반주가 필요하므로 비용이 부담스러워 주로 엠알(반주를 녹음한 음반)을 쓰고 있다.


기본교육에서 선림원까지,
깊은 불심이 민요팀의 원동력

민요팀원들은 공연은 물론 기타 봉사활동에도 손을 보태는 걸 당연한 의무로 생각한다. 만발식당 배식봉사를 비롯해서, 사중 문화행사 공연, 남부구치소 봉사(한 달에 한 번 법회 후 공연), 서울노인복지관 공연 등, 다양하게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른 사찰의 초청 공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몇 년째 이어져오는 인연도 있다. 의정부 한 사찰의 경우, 해마다 ‘어머니를 기리는 날’ 행사를 하는데, 민요팀은 그 행사의 단골 초청 귀빈이다. 
조계사의 부처님오신날 행사, 야경 템플스테이, 국화축제 등은 민요팀의 단골 공연 무대다. 팀원들은 어떤 공연이든 사중이 원하면 만사 제치고 동참하는 게 불문율이다. 직장인이 많아서 한 달에 한 번 꼴의 공연은 부담이 될 법 하나 그건 노파심이다. 기본교육과정을 비롯해서 불교대학, 선림원 수행 등 탄탄한 불교 공부가 팀원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팀장이 팀원들에게 체계적인 조계사 교육과정 이수를 적극 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회식은 연습의 연장,
팀원끼리 더 가까워지는 시간

민요팀은 늘 화기애애하고 열성적이다. 팀장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총무 수정화 유경숙, 재무 선해 이해정, 교무 도안수 이정심 등 임원진의 찰떡궁합이 큰 몫을 한다. 거기에 더하자면 한 달에 한 번 갖는 회식 자리가 있다. 이 팀장이 ‘연습의 연장’이라고 강조하는 회식은 월요일 연습 끝나고 저녁 먹으면서 실전처럼 소리 연습도 겸하는데, 이 시간이 팀원들의 단합과 소통에 효과가 그만이다. 긴장이 적당히 풀려선지 소리도 훨씬 잘 풀린다. 아는 식당의 구석방을 빌리기 위해 시청 근방까지 걷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팀원들의 열정을 잘 말해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직장에 다니는 한 팀원이 월요일 오후 3시 연습시간을 맞출 수 없게 되자 직장을 옮겼다는 이야기다. 민요팀과 민요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높았으면 직장까지 옮겼는지, 그 마음이 헤아려진다.
 

공연 보고 흘린 재소자의 눈물 

남부교도소는 포교본부 소속인 민요팀이 정기적으로 봉사 가는 곳이다. 조계사가 한 달에 한 번 재소자 대상으로 법회하는 날, 민요팀은 20분가량 공연한다. 지난 7월 법회 때였다. 남녀 재소자들이 다 모인 가운데 법회를 마치고 공연을 시작했다. 이 팀장이 공연에 앞서 “노래 가사를 잘 들어보세요.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과 애틋함이 담겨 있어요.”라고 인사하고 공연을 시작했는데, 재소자들이 어찌나 눈물을 쏟아내는지, 가슴이 먹먹해서 노래 부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민요가 우리 소리여서 더 절절하게 느껴졌을 거예요. 우리 노래를 듣고 누군가 감동 받고 슬픔을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게 뿌듯했어요. 부처님 말씀을 담은 훌륭한 창작곡이 많이 나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물했으면 좋겠어요.”

무더위가 지나간 자리, 국화꽃 향기가 진하게 흩어지고 있다. 삶이 신명나는 사람들의 가을은 조금 덜 쓸쓸하겠지 싶다가, 어쩌면 너무 가득 차서 쓸쓸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잠겨본다.
 

잠깐 인터뷰_ 민요팀 여래심 이승은 팀장

   
 

어린이들에게 ‘우리 소리’ 알리고 싶어

예담 이승은 팀장은 경기민요 소리꾼으로, 예인이며 명창이다. 서울예술대학 국악과에서 경기민요를 전공하고, 이은주 명창(전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을 사사한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이수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에서 한국음악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팀장은 이미 지난 2012년 제12회 상주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사)국악협회 경기분과 부위원장으로 국악 대중화에 힘쓰는 한편, 예담 이승은 국악원 원장을 맡아 후학을 기르는 일에도 정성을 바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열여덟 살에 들어선 예인의 길이 한 획을 그었음에, 「이승은 소릿길 30년 ‘경기, 소리, 그리고 연’」이란 제목으로 30주년 기념 개인 발표회를 가졌다. 그 뜻깊은 무대에 조계사 민요팀 팀원들도 함께 올라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한층 두터이 다졌다.
불교와 경기민요, 그의 삶에서 이 두 가지를 빼면 허허로울 것 같은, 이 중요한 두 가지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할머니의 선물, 불교와 소리

꼬마 때부터 ‘불교’와 ‘소리’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그가 태어난 남원은 조선 말, 가왕이라 불렸던 판소리 8명창 중의 한 사람인 송흥록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 세 분 또한 소문난 소리꾼으로 국악기도 잘 다뤘고, 신심 돈독한 불자였다. 어린 그에게 그분들의 소리는 염불로 들렸고, 염불은 곧 소리처럼 들렸다.
불교와 소리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냥 숨결 같았다. 명절날도 친구 손을 잡고 동네 절 ‘주지암’ 마당에서 놀았다. 가족 모두에게 집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곳이었다. 추수가 끝나면 할머니는 깨끗이 찧어 골라낸 햅쌀을 머리에 이고 제일 먼저 그 절 부처님께 올렸다. 어린 승은에게 할머니는 늘 부처님과 함께였고, 기도소리는 소리와 하나였다. 그건 할머니의 선물이었다.
그 영향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민요와 트로트에 흠뻑 빠져 지냈다. 고등학교 때 서울로 유학 와서 불심 깊은 친언니의 안내로 강남 능인선원, 구룡사 등을 다녔지만 ‘시절인연’이 오지 않았는지, 그저 무덤덤했다. 대학 때부터 전문적으로 경기민요를 공부해서 소리꾼이 되었다. 그리고 18년 전 사월초파일 즈음, 우연히 조계사에 들러 참배하던 중에 뭔가 강렬한 끌림이 온몸을 감쌌다.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이었다. 조계사를 원찰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플래카드에 적힌 ‘기본교육 32기생 모집’ 공고를 보고 즉시 수강 신청을 했다. 방황을 끝내고 마침내 집에 돌아온 기분이랄까. 불교대학(46학번) 공부를 마치고 민요팀을 만들기까지, 지난 18년간 조계사는 그의 의지처였다. 조부모님과 아버지의 황금위패도 모셨다. 
46학번 도반들과 성지순례를 다니고, 가족 같은 민요팀과 공연을 하는 지금, 그는 정말 편안하고 행복하다. 팀원들에게 “절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건 무조건 기뻐할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서로 챙겨주고 감싸고 배려하자”라고 당부한다. 
예담 이승은 팀장에게는 두 가지 꿈이 남았다. 내년 2월 남산국악당 무대에 민요팀 창립공연을 올리는 것과, 조계사 어린이국악단을 만들어 ‘우리 것’을 알리는 일이다.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들릴 것 같다.

글 |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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