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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절쑤! 풍물패 나가신다, 번뇌야 물렀거라!
조계사 풍물팀
2019년 07월 01일 (월) [조회수 : 32]

●      고즈넉한 산사에는 없는 것, 참배객과 온갖 행사로 북적이는 조계사의 하루는 생동감이 넘친다. 복잡한 일상에서 한 걸음 비껴나 올곧이 자신과 마주하고픈 마음이야 한결같으나, 잠시 접어두어야 할 때가 있다. 오방색 복장의 풍물팀(팀장 보행원 이명화)이 리허설차 절 마당 공연무대에 오른다. 허공의 공기마저 ‘쩍!’ 하고 갈라지는 듯, 환한 햇빛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듯, 흥겨운 세상이 된다. 떠들썩한 풍물 소리에 구경꾼들의 관심도 커져간다.
절 마당에서 펼쳐지는 풍물놀이 한 마당! 절과 풍물놀이라니,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싶었는데, 왠지 잘 어울린다.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되면 그렇게 환희로울까? 요란한 태평소 소리와 넘나들며 다른 악기들을 이끄는 꽹과리, 풍물 가락의 뼈대 노릇을 하는 장구, 심금을 울리는 징 소리와 가슴을 쿵쿵 흔들어대는 북소리까지…. 어느 한 소리도 허술하지 않으니 들을수록 힘이 샘솟는다.
 

   
 

농경민족의 전통놀이, 풍물놀이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은 춤과 노래를 좋아했다. 그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놀이인 풍물놀이는 모를 심거나 추수할 때 그 고단함을 달래고 힘내서 일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놀던 놀이다. 농사 외에도 음력 정초의 지신밟기나 사월초파일 연등회와 같은 세시풍속, 집안의 크고 작은 잔치가 있는 날에도 그 시작을 풍물놀이로 열었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화려하게 치장한 풍물패가 깃발을 나부끼며 흥겹게 농악을 연주하면서 마을을 도는 풍경이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 추억 속 풍물은 꽹과리, 장구, 북, 징, 태평소, 소고 등의 농악기로서, 참고로 꽹과리, 장구, 북, 징의 네 가지만으로 연주하면 ‘사물놀이’라고 부른다. 1978년 김덕수 예인 등 네 명의 젊은이들에게서 비롯된 사물놀이는 마당에서 연주하던 기존의 풍물과 달리 실내 무대 위에서 연주함으로써 새로운 무대 예술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풍물놀이는 상쇠가 꽹과리로 앞장서고, 장구와 북, 징, 태평소, 소고 등이 뒤를 따르면서 시끌벅적한 놀이판을 벌린다. 놀이시간은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상쇠의 재량에 따라 더 길게 할 수도 아니면 줄일 수도 있다.
풍물소리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주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소리가 울려 퍼져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 대학가에서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 그 현장에는 풍물패가 늘  맨 앞에서 자리 잡고 시끄러운 소리로 시위대를 모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3개월 과정 기초강습반에서 기본 다져

조계사 풍물팀은 2013년 창립한 이래 현재 40여 명의 팀원이 활동하고 있다. 전에 있던 청년회 소속의 풍물팀이 우여곡절 끝에 해체되자 약 2년의 공백기를 거친 다음 새롭게 탄생했다. 풍물을 좋아하는 불자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다만 나이 제한이 있으니 65세 이하다.
장구 가락은 좌도가락인 필봉농악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풍물팀 팀원으로 활동하려면, 먼저 기초강습반에서 장구 가락을 익혀야 한다. 3개월 10주 과정인데 1년에 두 차례 개설한다. 전반기는 2월에 입재해서 4월에 회향하고, 후반기는 8월에 입재해서 10월에 회향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7시~9시가 강습시간이다. 올해 후반기는 화, 목 오후 3시~5시, 시험 삼아 주간반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기초강습반을 수료하고 공연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공연에 참가할 수 있다.
기초강습반 1기 때부터 기초강습반 수강생들을 가르쳐온 이명화 팀장은 기초강습반 덕분에 1년에 두 차례씩 새 팀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올해 4월에 회향한 9기생이 15명인데, 그 가운데 10명이 풍물팀에 들어왔어요. 기초강습반은 선착순으로 20명을 받아요. 덕분에 신입 팀원 걱정은 안 해요.” 
기초는 기초일 뿐, 기초강습반을 마치고 나면 중급반에 합류해야 한다. 정회원들도 일주일에 2~3회, 월요일 꽹과리, 수요일 설장구 등 연습에 동참해야 뒤떨어지지 않는다.

  

   
 

연등회와 제등행렬, 호기놀이 동참

풍물팀 공연 무대는 대부분이 야외다. 관음전 지하 연습실이 좁은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야외 감각을 익히기 위해 가끔 한강 뚝에 나가 연습하곤 한다. 
팀원들은 50대~60대가 주를 이루는데, 30대~40대와 70대 어르신도 몇 분 계시다. 대부분 직장인들이어서 평일 낮에는 활동하기 쉽지 않다. 
가장 행사가 많을 때는 역시 부처님오신날 전후. 제등행렬과 연등회, 시청광장 점등식, 인사동 호기놀이 등 많은 공연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올해 제등행렬에는 팀원 50여 명, 인사동 호기놀이에는 30여 명이 동참했다. 규모가 큰 행사에는 꽹과리 5~6명, 장구와 북이 1:1, 징, 소고, 태평소 1명이 필요한 만큼, 지금보다 10여 명 정도 많아야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다.
인사동에서 벌이는 호기놀이는 대한불교청년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 4년째 조계사 풍물팀이 참가하고 있다. 어린 동자와 동녀가 풍물패와 함께 사월초파일 전에 인사동 상가를 다니며 등 달아주고 지신밟기형식으로 복을 빌어주면서 연등회 취지를 알리는 행사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때 어린이들이 연등 밝힐 재료비를 구하기 위해 벌였던 전통놀이다.



창립 10주년 기념공연 계획

풍물팀 임원들의 작은 바람은 창립기념 법회와 공연이다. 창립일이 행사가 많은 부처님오신날 즈음인지라 그간 엄두도 내지 못했다. 10주년 때는 창립기념 법회는 물론 단독 공연까지 욕심내고 있다. 
20대에 풍물을 시작해서 이제 40대가 된, 팀의 최고참인 상쇠 용담 우상철 팀원과 자명 구본천 재무는 이명화 팀장과 오래도록 손발을 맞춰온 도반으로서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풍물팀을 이끌고 있다.
법월 박만진 총무와 본안 백영미 교무는 이 팀장에게 풍물을 배운 제자로서, 때로는 사제의 정으로 때로는 선후배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안 어느덧 도반의 정도 깊어지고 있다.
풍물팀은 올봄에 모꼬지 겸 수련회를 양평의 한 리조트로 다녀왔다.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임실의 필봉전시관에서 1박 2일간 집중 연습을 하며 실력을 키우는 조계사 풍물팀의 열정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진다.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더욱 굳건해지기를 기원하며 힘찬 추임새로 인사를 건넨다. 얼쑤!
 

잠깐 인터뷰_ 조계사 풍물팀 보행원 이명화 팀장

풍물도 포교도 함께하는
가족의 힘

야무져 보이는 첫인상에 비해 웃음이 참 복스럽고 화사하다. 풍물이 자신의 신행이고 포교라고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입가에는 조금 단호한 의지가 엿보인다.

조계사불교대학 46학번, 대학원 수료,
포교사 9기 합격, 풍물팀…,

이 이력은 이 팀장과 남편이 함께 공부하고 나란히 합격한 내용들이다. 딸도 불교대학 48학번으로, 그와 풍물팀 활동을 함께했고, 아들 또한 기본교육을 받고 군종병으로 병역을 마쳤다. 한 가족이 모두 독실한 불자이며 자랑스런 불자들이다.
그뿐 아니다. 손위 시누이 부부도 이 팀장의 인도로 나란히 조계사 불교대학을 마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본디 불자였지만 자신을 조계사로 이끌어 여법하게 불교 공부를 하게 해준 올케에게 늘 고마워한다.

한 우물 깊이 파는 성격

불교 공부가 하고 싶어 조계사에 다니게 된 이 팀장은 기본교육부터 시작해서 포교사 시험 합격까지 거의 5년간 공부에만 전념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일생을 통틀어서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그러던 도중 15년 전 청년회 풍물단을 알고 나서는 역시 거기에 꽂혀 지난 15년간 꾸준히 파고들어 국악실기지도자 자격증(사물놀이)까지 취득했다. 그간 포교사단(어린이 풍물)과 영화사(어린이법회), 수유리 삼성암(어린이법회) 등에서 사물을 가르쳤고, 조계사 어린이법회(사물놀이)와 풍물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 우물을 깊이 파는 성격은 성신여대 평생교육원을 마친 직후, 1주일에 하루를 정해서 온종일 풍물 연습을 했던 전력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도 틈이 날 때마다 임실 필봉전수관에 내려가 집중적으로 연습에 매달린다.

“시댁 어른들 덕분에 불교를 만난 게 평생의 복이지요. 제일 좋아하는 두 가지가 불교와 풍물인데, 절 마당에서 풍물을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겠지요.”

이제 남은 바람은 조계사에서 좋은 도반들과 함께 오래오래 풍물을 치며 봉사하는 것뿐이라는 이명화 팀장. 절 마당 소나무 아래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행복해진다는 그에게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보내드리고 싶다.

글 |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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