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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2019년 11월 02일 (토) [조회수 : 58]
   
 

절에서 아이를 위해 수능 입시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수능시험이 다가올수록 내 아이만을 위한 욕심이 자주 생기고 예민해 지기도 하는데, 이런 마음가짐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습니까?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하는, 기복의 기도가 옳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도에 임하는 바른 자세는 어떤 것인가요?

올해도 어김없이 입시 철이 다가왔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절에서는 매년 수능시험을 위한 백일기도 등 여러 형태의 기도를 올립니다. 입시지옥이란 말도 있듯이 입시 때가 되면 나라 전체가 열병을 앓습니다. 수험생 본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부모와 형제 등등, 주변 분들도 보통 이상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TV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야 할 곳도 나중으로 미루어 버립니다. 뭘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도 않는다지요.
우스운 얘기지만 한국의 불자들은 이때쯤이 가장 신심信心이 강하다고 합니다. 평소에 절에 잘 다니지 않던 분들도 가까운 절을 찾고 염주하나 정도는 넣고 다니면서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염원합니다. 말만 들어도 엄두가 나지 않던 108배는 물론 3000배도 해낸다고 합니다. 좋은 기도처와 영험이 있는 곳이라면 꼭 다녀 올 정도로 열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지내다 보면 평상심平常心을 잃기가 쉽습니다. 더구나 입시기도와 같이 평소에 잘 하지 않던 기도는 날짜가 가까워 올수록 자꾸 조바심이 나고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기도를 마치고 집에 갔는데 아이들이 공부는 안하고 놀고 있는 걸 보기라도 한다면 “누구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는데 공부는 안하고 뭐하고 있어?”하고 야단칩니다. 속상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여러분들도 한번쯤 경험해 봤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상구보리 하화중생 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이 의미를 위로는 부처님의 마음과 교감하고, 아래로는 아이들의 마음과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기복祈福의 기도가 불교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고 얘기합니다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이성적인 판단에 앞서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할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은 힘들고 어렵게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기도는 성취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점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방편方便으로 좋습니다. 처음에는 내 자식만을 위해 시작한 기도지만 결국 모든 수험생들을 위한 기도로 나아가게 됩니다. 합격만이 전부였던 기도가 점차로 내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을 위한 애틋한 기도로 바뀌어 갑니다. 그래서 기도하고 있는 자신이 언제부턴가 수행하고 있는 불자로 변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불교적으로 소원 성취는 부처님의 가피를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 합격과 같은 기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하신 불자님처럼 기복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기복의 기도가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종교인이 되기 위한 출발은 기복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무엇인가를 빌고 있을 때 순수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기복에서만 머물 수는 없겠지요.

불교에서는 신앙이라는 표현보다 신행信行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어딘가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취해 가는 종교적 의미가 강한 말입니다. 입시 기도도 마찬가지로 신앙으로가 아닌 신행으로 접근해 보시면 어떨까요?
 
어느 절 입구에 ‘기도하면 행복해집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나면서 볼 때마다 참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기도를 하는 것은 종교생활의 기본입니다. 기도는 자신의 생활을 살필 수 있는 지혜를 주고, 정리되고 준비된 마음을 통해 자신감과 편안함을 줍니다. 선업善業을 쌓고 선근善根을 심는 방법입니다. 설사 그것이 복을 받기 위해서든, 아니면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든 말이죠. 기도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깨끗해지고 지혜도 생겨나거든요. 당당한 불교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기도는 꼭 필요합니다. 입시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글 |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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