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8 토 16:40
> 뉴스 > 기획칼럼 > 성재헌의 경적독후
     
투명한 구슬
원각경 보안보살장의 말씀에서(10)
2019년 10월 02일 (수) [조회수 : 47]

부처님이 한숨 고르셨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성재헌입니다.”
부처님께서 힘주어 말씀하셨다.
“당신은 ‘성재헌’이라는 이름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성재헌’이라 불리고 있는 것의 실상實相에 주목해야 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당신은 ‘성재헌’이란 똑같은 이름을 사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성재헌’이라 불리고 있는 그것은 모양도 기능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즉 늘 ‘성재헌’이라 불리고 있지만 항상 똑같은 ‘무엇’은 없습니다. 이 말은 결국 무슨 뜻인가? ‘성재헌’이란 이름은 편의에 따라 붙여진 약속일뿐이지 그 이름에 해당하는 실체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그가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재차 질문하겠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곧장 대답해 보셔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성재헌입니다.”
“무엇이 성재헌입니까?”
그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기 전이었다면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또는 ‘이러이러한 게 성재헌입니다.’라며 온갖 말들을 꺼냈을 것입니다. 키나 몸무게 등 신체적 특징을 거론하고, 고향에다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끌어들여 배경을 설명하고, 출신학교며 교우관계 사제관계 등 갖가지 인간관계를 들먹이고, 이런 일을 했고 저런 일을 하고 있고 그런 일을 할 예정이라며 온갖 경험과 생각들을 늘어놓았겠지요.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궁금하시다는 표정으로 물으셨다.
“그럼, 지금은요? 누가 ‘성재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하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글쎄요, 딱히 이렇다 할 게 없네요. 마치 속이 텅 빈 껍데기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왜 그렇죠?” “신체적 특성이며 인간관계, 온갖 경험까지도 잠시 스쳐가는 것 아닙니까? 성재헌이란 이름은 있지만 알맹이가 없으니 빈껍데기나 마찬가지지요.”
“그럼, 성재헌은 없는 겁니까?”
그가 또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딱히 없다고도 할 수 없군요.”
부처님께서 크게 웃으셨다.
“앞서 나더러 너무 철학적인 말을 늘어놓는다고 투덜대더니, 당신이 도리어 애매모호한 말을 하는군요. 좀 쉽게 설명해 보세요.”
그가 싱긋이 웃었다.
“현재 저의 몸무게가 80kg인 것은 맞지만 몸무게가 80kg이라야 저인 것은 아닙니다.”
“그럼, 당신의 진짜 몸무게는 얼마입니까?”
“진짜 몸무게요? 몇kg이라고 말할 수 없지요. 고정된 몸무게를 가진 성재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몸무게뿐만이 아닙니다. 감정과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때로 기뻐하고, 때로 슬퍼하고, 때로 노여워하고, 또 때로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기뻐하는 자가 성재헌인 것은 아니고 나아가 불안해하는 자가 성재헌인 것은 아닙니다. 만약 기뻐하는 자가 성재헌이라고 규정한다면 성재헌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기뻐해야 하고, 기뻐하지 않는 자는 성재헌이 아니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만약 불안해하는 자가 성재헌이라고 규정한다면 성재헌은 그 불안에서 끝내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저에게 어떤 감정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런 감정을 느낀 자를 ‘나’로 규정한다면 그건 저를 감정 속에 가두는 짓입니다. 제가 어떤 생각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한 자를 ‘나’로 규정한다면 그건 저를 사유 속에 가두는 짓입니다.” 
부처님께서 손뼉을 치며 기뻐하셨다.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비유를 들어 좀 더 쉽게 설명해 볼까요?”
“좋지요.”
“우리 앞에 커팅이 잘 된 주먹만 한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 다이아몬드는 어떤 색깔을 띱니까?”
“오색五色이 찬란하겠지요.”
“맞습니다. 다이아몬드는 다양한 광채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에서 파란빛이 나온다고 다이아몬드가 파란 것은 아니고, 다이아몬드에서 붉은빛이 나온다고 다이아몬드가 붉은 것도 아닙니다. 정작 다이아몬드 자체에는 색깔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다이아몬드 자체에 다양한 색깔이 있다고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다이아몬드를 깨트려보면 거기에 색깔이 있습니까? 다이아몬드는 본래 투명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고, 성격도 제각각에 습관과 행동도 제각각입니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김새와 습성의 차이에 따라 서로를 구분하고 각각에 이름을 붙입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이름에 해당하는 서로 다른 실체가 있다고 단정합니다. 하지만 그건 다이아몬드 자체에 오색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다양한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 즉 개인으로 한정지어 설명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나타내고, 나는 다양한 취향과 습관을 드러내며, 또 나는 다양한 사고와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그 ‘나’라는 것을 추구해보면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합니다.”
그가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다시 여쭙겠습니다. 오색이 찬란하지만 정작 다이아몬드에는 그 어떤 빛깔도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성격과 감정, 사고와 행동을 나타내지만 추궁해보면 그런 특성을 소유한 실체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다이아몬드의 실상을 거론하며 ‘투명하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투명함’이 빛이라는 인연을 만나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색깔을 드러낸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는 사람들의 다양함을 드러내는 바탕을 뭐라고 표현하고, 다양함이 드러나는 과정을 어떻게 설명하십니까?”
부처님께서 환하게 웃으셨다.
“저는 그것을 ‘원만한 깨달음[圓覺]’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처럼 맑고 깨끗한 원만한 깨달음이 중생들의 업이라는 인연을 만나면 다양한 몸과 마음이 드러난다고 설명합니다.”

------
성재헌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현재 동국역경위원. 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 조계종 간행 <부처님의 생애>, <청소년 불교입문> 집필위원으로 참여. 저서로 <커피와 달마>, <붓다를 만난 사람들>, <육바라밀>등이 있다.

글 | 성재헌
글 | 성재헌의 다른기사 보기  
ⓒ 미디어조계사(http://news.jogyesa.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조계사뉴스
‘백만원력 결집불사 저금통과 약정금 ...
노드정보기술, 열화상 카메라 기증
화엄성중기도 입재식 봉행
문화
방송
조계사 정초7일기도회향 원행스님 ...
조계사 정초7일기도입재 지현스님 ...
조계사 일요법회 진우스님 법문(2...
기획칼럼
고달픈 민초들의 염원, 미륵의 세상을...
좋은 인연 만들기
보살(12)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3144)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5 | Tel 02-768-8600 Fax 02-720-2299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수용
Copyright 2010 미디어조계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