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8 토 16:40
> 뉴스 > 기획칼럼 >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2019년 10월 02일 (수) [조회수 : 44]
   
 

길에서나 타고 다니는 전철 안에서 가끔 구걸하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또 기차 역 같은 곳에서 시주를 부탁하며 절을 하는 스님들도 만나는데 심정적으로는 도와주고 싶지만, 그것이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짜 거지, 가짜 스님들도 있다는 말을 들어서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인데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까?

사람들마다 이런 문제를 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로 다를 수가 있습니다. 먼저 구걸하는 습관을 끊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럴 힘이 있으면 공부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예전에 인도 성지순례를 갔을 때 여행가이드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인도의 거지들에겐 무엇인가를 주어서는 안 되는데, 그 이유가 한번 주게 되면 습관이 되어 계속 달라고 하고 몰려다니며 떼를 써서 여행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여행객들은 순례보다 거지를 피해 다니느라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귀찮은 상황 만들지 말고 얼른 주든가, 아니면 무시해 버리든가 하는 것이지요.
또 다른 관점은 대부분이 가짜 거지이므로 주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제가 있는 절에도 가끔 구걸하는 분들이 찾아오곤 하는데 신도님들 중에는 그 분들이 진짜 거지인지, 멀쩡한 거지인지, 또는 직업적인 거지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예전의 저 같은 경우는 주로 첫 번째의 입장이었는데 절 집에 들어와 살고부터는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윤회輪回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누구나 거지였을 수 있고, 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도 언젠가는 부처님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미리 보시布施라는 투자를 좀 한다고 해서 그리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사 그들이 지금은 가짜라도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불교적 입장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 주는 나의 가치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분들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아무 조건 없이 주는 것이 좋겠지요. 우리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요? 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보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주는 일입니다.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줄려고 하고, 보시하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내 생활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엇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아무에게나 가능합니다.
 
실제로 길을 걸어가다가 구걸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나 TV같은 곳에서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적지만 금전적으로 약간의 도움을 베풀었을 때 나도 모르게 뿌듯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가져 보셨을 겁니다. 이것은 많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고, 얻을 수 없는 행복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여유로울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마음의 여유로움의 문제지 돈의 있음과 없음의 문제는 아닙니다.

경전에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공덕이 수승殊勝하다는 말씀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무주상을 ‘주고 나서 잊어버리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저는 오히려 생활 속에서 자주 보시함으로써 생활의 일부분이 되게 하는 것이 무주상의 의미에 훨씬 더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보시라는 실천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선 대상이 누구이건, 항상 줄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질문에서처럼 가짜 거지나 가짜 스님들에게 속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편이 낫습니다. 주는데도 생각이 많고 분별이 많아지면 자꾸 아상我相만 늘어납니다. 좀 속아주면 어떻습니까? 오히려 돈이라도 건네면서 그들이 좀 더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낼 줄 알아야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의 마음이 아닐까요?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속더라도 순간순간의 행복을 느껴보시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글 |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글 |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 미디어조계사(http://news.jogyesa.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조계사뉴스
‘백만원력 결집불사 저금통과 약정금 ...
노드정보기술, 열화상 카메라 기증
화엄성중기도 입재식 봉행
문화
방송
조계사 정초7일기도회향 원행스님 ...
조계사 정초7일기도입재 지현스님 ...
조계사 일요법회 진우스님 법문(2...
기획칼럼
고달픈 민초들의 염원, 미륵의 세상을...
좋은 인연 만들기
보살(12)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3144)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5 | Tel 02-768-8600 Fax 02-720-2299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수용
Copyright 2010 미디어조계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