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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지우(不請之友)
2019년 06월 01일 (토) [조회수 : 173]

부처님과 인연은 불심 가득한 집안의 4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대 독자이신 아버님 덕분에 할머님, 어머님은 경남 고성군에 위치한 옥천사에서 저의 잉태를 위해 정성으로 기도를 올리셨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어머님 손에 이끌려 초파일에나 겨우 절을 찾는 철부지 불자였고 청장년기가 되어서는 이웃집 신부님과 일상적인 인연으로 폭넓은 신앙생활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저는 환갑을 훌쩍 넘기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조계사 교육 안내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불교란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이 제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저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불교기본교육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반장 소임도 맡고 신심도 생겨 삼 개월 교육과정을 마치면서는 법사 스님께 ‘옥천’이란 법명도 받았습니다.

어머님 기도 도량이 ‘옥천사’였는데 이것도 운명인가 생각되었습니다. 마음에 이상한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부처님의 가피가 내게도 오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과 “벌써 왔는데 모르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으로 조계사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며 불교를 공부하는 중에 불청지우(不請之友)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불청지우라는 말은 유마경(維摩經)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중인불청 우이안지(衆人不請 友而安之 )여러 사람이 청하지 않더라도 벗이 되어 그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  줄여서 불청지우(不請之友)라 합니다. 대자 대비심으로 중생을 고통에서 구해주시고 도움이 필요할 때 스스로 오셔서 도와주는 불보살님처럼, 상대방이 청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진해서 도와주는 친구를 말합니다.

어느덧 기본교육을 마치고 나이가 많아 불교대학 입학을 망설이는 저는 “우리는 함께 공부하는 도반입니다.”라는 말에 다시 용기와 힘을 얻었습니다. 한 도반은 “불교대학에 입학한 불자는 졸업할 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제가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저의 나쁜 습관을 조심스럽게 알려주었습니다. 또 다른 도반은 “불교는 머리로 공부하고, 마음으로 공부하고, 몸으로 공부하는 세 가지가 조화롭게 되어야 완성되는 것인데 그 조화가 참으로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잃으면 몸이든 마음이든 병이 든다고도 했습니다. 이렇듯 나의 주위에는 불청지우의 도반들이 있습니다. 도반들에게서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어느 날인가는 초하루 전날인데 대중 공양을 위해 여느 때처럼 식자재를 운반하고 있었습니다. 제 옆을 지나가던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섰고 차에서 양복 차림의 거사님이 내리셨습니다. 그 거사님은 제가 옮기던 식자재가 무거워 보였는지 함께 옮겨주시고 나서 합장하며 조용히 돌아가셨습니다. 그 거사님을 보며 다시 한번 불청지우를 실천하는 불자가 되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직 공부는 미흡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 어느 곳이든 달려가 누군가에게 불청지우가 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며 배우고자 합니다.

글 | 불교대학 야간반 김용안(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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