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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관찰해 보세요.
원각경 보안보살장의 말씀에서(5)
2019년 05월 01일 (수) [조회수 : 38]

“먼저 당신의 몸에 집중하면서 이렇게 관찰해 보십시오.”
부처님의 목소리가 낭랑한 노랫가락처럼 퍼졌다.

‘내 몸이다’ 하며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밥과 반찬의 기운으로 유지되던 당신의 몸은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순간순간 허물어져 갑니다.
‘내 몸이다’ 하며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결국 흙으로 돌아갑니다.
빛나던 머리카락과 새하얀 이빨
길고 도톰하던 손톱과 발톱 모두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
보드랍던 피부와 쇠심줄 같던 근육
강건하기만 하던 튼튼한 뼈대도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 하며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물로 돌아갑니다.
행복에 겨워 흘렸던 기쁨의 눈물도
슬픔에 겨워 흘렸던 비탄의 콧물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맛있는 음식에 입 안 가득 고이던 침도
몸 안 곳곳을 부드럽게 적셔주던 진액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기운을 전하고 새살을 돋게 하던 피도
썩은 살에서 베어나던 피고름도
냄새나고 더러운 대변 소변도
한 방울의 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 하며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갑니다.
고운 이를 쓰다듬던 그 손길의 따스함도
미운 이를 증오하던 그 분노의 열기도
한 순간의 온기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 하며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거칠 것 없이 휘저으며 걷던 씩씩한 몸짓도
고아한 자태로 눈길을 사로잡던 우아한 몸짓도
심장을 뛰게 하고
내장을 꿈틀거리게 하던 남모를 움직임도
한 점의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
한 방울 물로 돌아가고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가고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나면 
당신의 몸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부처님은 가볍게 눈길을 내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부처님의 목소리가 낭랑한 노랫가락처럼 퍼졌다.
“그 다음엔 당신의 마음에 집중하면서 이렇게 관찰해 보십시오.”

‘내 마음’ 하며 뻗대고 자랑하고 지키려 애쓰지만
당신의 마음은 강가 돌멩이에 낀 누런 때와 같습니다.
밝고, 어둡고,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강
그 강물이 흐른 자리에 낀 때가 당신의 마음입니다.
고요하고, 시끄럽고,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강
그 강물이 흐른 자리에 낀 때가 당신의 마음입니다.
향기롭고, 지독하고, 풋풋하고, 비릿한, 냄새의 강
그 강물이 흐른 자리에 낀 때가 당신의 마음입니다.
달고, 짜고, 쓰고, 시고, 매운 맛의 강
그 강물이 흐른 자리에 낀 때가 당신의 마음입니다.
부드럽고, 거칠고, 차갑고, 따스한 감촉의 강
그 강물이 흐른 자리에 낀 때가 당신의 마음입니다.
이것, 저것, 옳다, 그르다, 이럴까, 저럴까 하는
생각의 강
그 강물이 흐른 자리에 낀 때가 당신의 마음입니다.
당신은 그것을 소중한 보물처럼 간직하고서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또 아주 오랜 뒤에도 그럴 것처럼 여기지만
그건 한 줌 햇살에 바스러질 기억의 조각들일 뿐입니다.
빛깔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내고 
소리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내고 
냄새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내고
맛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내고
감촉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내고
생각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내세요.
그렇게 온 곳으로 돌려보내고 나면
당신의 마음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을 멈추고 다시 침묵에 잠기셨다.

글 | 성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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