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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의 위의를 높이고 여법하게 장엄하다
조계사 신도회사무처 의전부 의전팀
2019년 03월 02일 (토) [조회수 : 27]

●      조계사의 한 해는 정초7일기도와 입춘기도로 문을 연다. 정월대보름법회와 생명살림기도, 동안거기도가 이어지고, 새해에 대한 설렘과 발원의 깊이만큼 불자들의 신심도 점점 더 단단해진다.
‘의전(儀典)팀(부장 월인화 김경미)’의 정초는 특별히 더 분주하다. 의전해야 할 법회가 정초에 많기 때문이다. 소수 정예, 단 열 명의 의전팀 팀원들이 평일과 주말 팀으로 나뉘어 평소보다 더 많은 법회 의전을 맡다 보면 어느덧 훌쩍 봄이 문턱을 넘어온다.

 

   
 

청법,
법사스님께 법문을 청하다 

의전팀의 주요 소임은 법사스님 대상의 의전과 청법(법문을 청하는 일)이다. 팀원들 나이가 다른 팀에 비해 젊은 편이어서 40대가 주를 이루지만, 법상의 법사스님께 청법을 하고 시봉하는 일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법사스님을 맞이해서 접견실로 모시고 과일과 차 등을 대접하는 일, 법회 시간에 맞춰 법당으로 안내하는 일, 신도 대표로 법문을 청하는 일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먼 길을 나서느라 아침공양이 부실했을 법사스님께 직접 잣죽을 끓여 드리는 일도 이에 포함된다. 이 잣죽 맛이 어찌나 좋은지, 한 번 그 죽을 맛본 스님들은 두고두고 조계사 잣죽 이야기를 꺼낸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긴장되는 일은 역시 대중들 앞에서 법사스님께 법문을 청하는 ‘청법’이다. 네 명의 팀원이 법단 아래 좌우로 나란히 서서 법사스님께 삼배로 법문을 청한다. 이는 법회를 여법하게 장엄하고 위의를 높이는 의식으로서, 이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의전팀 팀원임에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조계종단 법회 의식 대부분의 골격은 고려 때 나옹혜근(懶翁惠勤 1320~1376) 선사가 창안한 것이라고 전한다. 나옹 스님이 자신이 만든 가사(歌辭)와 좌립(坐立)을 법단에 바치고 “이 의식집이 불보살의 뜻에 합당하면 향로와 촛대에 불이 저절로 켜지게 하소서” 발원하고 칠일 밤낮을 용맹정진했더니, 향로와 촛대에 불이 켜졌다는 말이 전해온다.

 

   
 

1990년대 초반
‘섭외부’로 출발한 ‘조계사의 얼굴’

의전팀 역사는 최소한 25년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초창기부터 재작년까지 활동했던 광청심 이순경(73) 전 팀원의 기억을 빌리면, 1993년 즈음 ‘섭외부’란 이름으로 출범한 듯하다. 당시 유일한 신도조직이었던 봉사부에서 섭외부가 처음 갈라져 나왔고, 훗날 지홍 스님에 의해 의전팀으로 이름이 바뀐다.
초창기에는 팀원들이 발품을 들여 직접 큰스님을 찾아가 법문을 청하기도 했고,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공양간에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2,000원에 팔아서 절 불사에 보태고는 했다. 고추장과 된장을 직접 담그고, 마지 그릇, 촛대 등을 매일 닦는가 하면, 의전용 차와 과일도 팀원들 돈으로 구입해야 했다. 팀원 수가 한때 17명에 이른 적도 있으니, 예전에는 총무원 접견실 좌복까지 관리하는 등, 그 활동이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
당시 총무원장 스님은 “의전 잘못하면 조계사가 욕먹는다”라는 말씀으로, 의전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한편,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2년 전 회향하기 전까지 “의전은 몸으로 해야 한다”라며 후배 팀원들을 다독여준 초기 팀원 광청심 보살은 “봉사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라”는 말로 회향의 아쉬운 마음을 전한다. 현재 전직 팀원 열 명이 매달 한 차례씩 만나 예전 의전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여법한 법회의
숨은 공로자들

단 몇 분이라도 덕 높은 법사스님을 시봉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면서, 의전팀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전팀 김경미 부장도 자주 듣는 소리라고 한다. 
 
“‘큰스님 모시는 인연이 어디 보통 인연이냐며, 드러내놓고 부러워들 하지요. ‘전생에 큰 복을 지었나보다’라면서. 그런데 의전팀 활동을 하고부터 좋은 일이 생기는 건 사실이에요. 팀원들 대부분 성격도 밝아지고 자존감도 강해졌대요. ‘이런 게 부처님 가피구나’라는 생각이 들지요.” 

처음에 의전팀 봉사를 권유받고 거절했던 한 팀원은 끈질긴 설득에 넘어가 팀원이 되었다. 결혼한 지 5년째였는데, 임신이 안 되어서 인공수정을 세 번이나 했지만 실패로 끝난 터였다. 임신하면 활동을 그만두기로 하고 의전팀에 가입한 지 몇 개월 만에 축복처럼 그 어렵던 임신이 되었다. 아쉽게 의전팀 활동은 가입 7~8개월 만에 접어야 했다. 그리고 아기가 연달아 들어서는 바람에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물론 의전팀 소임에는 법사스님 의전뿐만 아니라, 법문 내용을 요약해서 법회일지에 올리고  일요법회 사회를 보는 것도 들어 있다. 특히 주말 당번 팀원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너끈히 법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의전팀은 평일에 신도사무처에서 행정적인 일을 돕는 김경미 부장과 안혜경 차장을 중심으로 예금성 이승희 팀장과 해설 정희정 총무, 보천 최영변 재무, 여연 김태은 교무가 조직을 이끌고 있다.
평일 담당이 4명이고 주말 담당이 6명인데, 주말 당번은 다 직업이 있어서 시간이 빠듯하다. 직장인으로서 주말의 꿀 같은 휴식을 반납하고 봉사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다행히 다른 봉사팀에 비하면 봉사 횟수가 많지 않고,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부처님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매력이라면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네 명이 한 조로 활동하므로 주말 팀원은 한 달에 두 번 이상, 평일 팀원은 3~4회 이상 당번이 돌아온다. 열 명의 팀원만으로 소화하기는 좀 버거운 편이다. 갑자기 일이 생겨 빠지는 팀원이 있을 때가 제일 곤란하다.

불교 포교 1번지, 조계사 법회가 늘 위의 있고 여법하게 봉행되는 건 이처럼 의전팀의 불퇴전의 신심과 헌신 덕분이다. 그리고 그 여법한 자리를 만든 공덕으로 자신들 또한 삶의 깊이가 나날이 깊어지고 성숙해지고 있음을 이미 깨달았을 것이다.
 

잠깐 인터뷰_ 의전팀 월인화 김경미 부장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회색 동방(스님들의 평상복)도 두 중년 여인의 아름다움은 잘 감춰주지 못한 듯, 우아했다. 외모와 더불어 편안하고 은은한 웃음까지 닮은꼴인 김경미 부장과 안혜경 차장의 모습이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 덩달아 즐겁게 만들었다.
금강경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의전팀에 먼저 가입한 안 차장이 김 부장을 끌어오면서 여기까지 인연을 잇고 있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도반이 있다는 것,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갑에 넣어둔 오색실

김경미 부장 어머니는 특별한 날에만 부처님께 참배 가는 보통 불자였다. 어릴 때 어머니가 절에서 가져온 오색실을 가족 수대로 나눠주셨다. 지갑에 넣었는데, 그 뒤로 시험도 잘 쳐지고 은근히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어린 마음에도 오색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공군 하사관 입대를 앞두고 받은 건강검진에서 무릎 이상 증세가 발견되었다. 통증도 있고, 혹이 생겨서 군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의사의 수술 권유를 미루고 일단 교육을 받으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가슴 저미는 모험이었다.
3개월 교육을 받는 동안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 아들을 입대시켜 놓고 곤두박질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석 달 간 매일 절에 가서 부처님께 매달렸다. 알고 있는 건 오로지 다라니뿐, 매일 신묘장구대다라니를 21회 독송하고 108배로 마음을 다스렸다. 
놀랍게도 3개월 만에, 임관식 날 만난 아들은 무릎 통증도 없었고 매우 건강해져 있었다. 마음이 편안해지자 그 간절함은 온데간데없고 예전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2017년 겨울, 남편 손에 끌려 광화문 행사에 참가하던 중에 조계사 앞길에서 나눠주는 따끈한 차 한 잔에 넘어가 선뜻 기본교육반(토요반, 94기)에 등록했다. 집인 평택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조계사와 광화문을 오갔다.
그 공부는 경전반으로 이어졌고, 강의실에서 만난 도반, 안 차장의 권유로 2017년 7월 의전팀 팀원이 되었다. 아마 그 때의 차 한 잔과 기본교육은 그를 의전팀으로 이끌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의 고리였던 듯싶다.

스물 셋에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사업을 해온 김 부장은, 요즘 조계사 활동에 시간을 쏟으면서 사업에서 조금 멀어지고 있다. 의전팀 활동을 통해 밝아지는 자신의 모습이 좋고, 남편의 지지도 고맙게 느껴진다. 물 흐르듯 자연스런 삶을 추구하는 성격에 맞게, 의전팀 활동도 사박사박 조용히 이어가고 싶어한다. 의전부가 신도회사무처 소속인 만큼, 사무처와 호흡을 맞추면서 함께 이끌어갈 생각이다. 좀더 내실을 다지고 나서 팀원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글 |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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