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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힘을 줄이는 방법
원각경 보안보살장의 말씀에서(3)
2019년 03월 02일 (토) [조회수 : 30]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위치만 켜면 빨간빛이 드러난다, 적절한 비유군요. 그 사람만 보면 곧바로 밉거든요. 그럼, 이 습관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똑같은 전기가 들어와도 전구를 바꾸면 되겠지요. 하지만 이미 습관이 되었다면, 그건 전등과 전구 사이에 묵은 때가 잔뜩 낀 상태와 비슷합니다. 거기다 녹까지 슬었다면 전등을 교체하고 싶어도 쉽게 분리되지 않겠지요. 그럴 때는 다른 스위치에 주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른 스위치요?”
“이미 당신은 ‘그 사람’이라는 스위치에서 ‘미움’이라는 전등을 제거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그러니 새로운 스위치에 새로운 전구를 설치해 보는 겁니다. 물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부처님께서 기특하다는 눈빛을 보이셨다.
“좋습니다. 귀 기울여 잘 들으십시오. 새로운 스위치와 전구를 설치한다는 것은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당신이 이미 지혜가 성숙한 상태라면 아마 이런 준비과정은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기초부터 충실히 익혀야 합니다.
현재 당신을 사로잡고 있는 감정과 사고가 당신을 괴롭힌다면, 그건 감옥과 같습니다. 그러니 그 감정과 사고의 감옥에서 얼른 탈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걸 당신도 잘 알 겁니다. 습관의 힘은 두꺼운 콘크리트로 만든 감옥처럼 매우 튼튼합니다. 무작정 발버둥 치면 도리어 고통이 늘어날 뿐입니다. 그러니 일단 침착하게 안정을 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 이것을 불교에서는 선정(禪定)이라 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관심 돌리기입니다. 당신을 사로잡고 있던 감정, 당신을 가두고 있던 사유의 감옥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좋아하는 취미에 몰두해 보는 겁니다. 여행이나 운동, 영화나 책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또는 억지로라도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 그 일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니면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가 함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것도 좋겠지요. 누군가는 이를 두고 당면한 문제를 회피하는 소극적 대응이라고 비판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덤비는 것보단 이것이 더 현명한 대처입니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이라면 저도 이것저것 해 본 것이 많지요. 허물없는 친구들과 만나 한바탕 웃고 나면 속이 후련한 걸 저도 느낍니다. 하지만 잠시 기분전환일 뿐이지요. 시간이 지나면 늘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맞습니다. 당신 말처럼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야만 하지요.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다른 관심거리를 권합니다.”
그가 흥미롭다는 눈빛을 보였다.
“다른 관심거리요? 그게 뭡니까?”
부처님께서 비밀을 속삭이듯 그에게 바짝 다가서셨다.
“바로 당신입니다.”
“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라고요?”
“그렇습니다.”
그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자신에 대한 관심이야 늘 있지요. 사실 삶이 힘들고 고단한 것도 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 때문이지 않습니까? 남 일이면 괴로울 것도 없지요.”
부처님이 개구쟁이처럼 웃으셨다.
“제 얘기가 자기 꼬리를 물려는 강아지처럼 뱅글뱅글 돌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제가 묻겠습니다. 생명활동에서 감정과 생각이 먼저입니까, 숨 쉬는 것이 먼저입니까?”
“숨을 쉬어야 살 수 있으니, 호흡이 더 근원적인 활동이지요.”
“그럼, 생명활동에서 감정과 생각이 먼저입니까, 밥 먹는 것이 먼저입니까?”
“음식을 먹어야 고민도 하고 짜증도 낼 수 있으니, 식사가 더 근원적인 활동이지요.”
“맞습니다. 짜증내고 있는 당신보다 숨 쉬고 있는 당신이 더 본질적인 당신의 모습이고, 고뇌하고 있는 당신보다 밥 먹고 있는 당신이 더 본질적인 당신의 모습입니다. 제가 당신께 주목해 보라고 권하는 부분은 바로 당신의 그런 본질적인 모습들입니다.”
그가 한참을 생각하다 말을 꺼냈다.
“일견 수긍이 가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숨 쉬고 밥 먹는 것에 집중하면 정말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집니까?”
부처님께서 그의 손을 잡고 토닥이셨다.
“한번 해보세요. 떨치고 싶은 감정과 생각이 일어났을 때, 허리를 쭉 펴고 천천히 호흡해 보세요. 가슴이 쭉 펴질 만큼 숨을 들이마셨다가 아랫배가 쏙 들어갈 만큼 숨을 토해 보세요. 기왕이면 숫자를 세면서 하면 더 좋겠지요. 그렇게 열 번만 해 보세요. 아마 그 효과는 당신이 기대한 것 이상일 겁니다.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콩닥거릴 때, 하던 일 잠시 멈추고 맛있는 차라도 한 잔 마셔 보세요. 차를 마시는 동안 하던 생각 그대로 하고 품었던 감정 그대로 품는다면 그건 걱정과 근심을 마시는 것이지 차를 마시는 게 아닙니다. 제가 당신께 권하는 것은 차를 제대로 마셔보라는 겁니다. 찻잔의 따끈한 온기를 느껴보고, 코끝에 닿는 향긋한 냄새에 취해보고, 혀끝에 닿는 달콤한 맛을 즐겨보고, 목구멍을 타넘는 짜릿함을 즐겨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천천히 한 잔의 차를 제대로 마시고나면 그 홀가분함은 당신이 기대한 것 이상일 것입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단 숨 쉬는 것부터 해보겠습니다.”
부처님이 박수를 치며 웃으셨다.
“좋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숨쉬기 운동을 제대로 한 다음에 합시다.”

성재헌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현재 동국역경위원. 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 조계종 간행 <부처님의 생애>, <청소년 불교입문> 집필위원으로 참여. 저서로 <커피와 달마>, <붓다를 만난 사람들>, <육바라밀>등이 있다.

글 | 성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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