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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의 선시(禪詩) 이야기
2019년 03월 02일 (토) [조회수 : 27]

만해 스님이 화엄사를 산보하면서 지은 시 두 수가 있다. 차례차례로 읽어본다.

古寺逢春宜眺望 고사봉춘의조망
潺江遠水始生波 잔강원수시생파
回首雲山千里外 회수운산천리외
奈無人和白雪歌 내무인화백설가

옛절에서 봄을 만나니
조망하기 딱 좋아라
잔잔히 흐르는 강 먼 물에
처음으로 물결이 생겨난다.
구름산 천리 밖으로
머리를 돌려본들
백설가에 화담하는 이 없음을
어찌해보리오

천년 고찰에서 봄을 만난다. 봄이 천년 옛절을 만난 것이다. 봄이 옛절을 만나든 옛절이 봄을 만나든 무슨 상관이랴. 절과 봄이 만났으면 그만인다. 사방을 조망해 바라보노라니 잔잔히 흘러 가는 머언 강물에 물결이 생기고 있다. 얼음이 녹아 흐르는가 보다. 문득 구름낀 산 천리 밖으로 아득히 고개를 돌려본다. 허나 백설가 고급시로 화답하는 이는 없다. 없거나 있거나 어찌해 보리요. 만해스님에게는 화답하는 이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이미 좋다.
두 번째 시도 마저 감상해본다.

二人來坐溪石上 이인래좌계석상
磵水有聲不見波 간수유성불견파
兩岸靑山斜陽外 양안청산사양외
歸語無心自成歌 귀어무심자성가

두 사람이 찾아와서
시냇가 돌부리에 앉았노라니
산골 시냇물 소리만 있고
물결은 보이지 않는다.
양쪽 언덕 푸른 산 기울어가는 석양 밖으로
돌아오며 주고받는 이야기
무심결에 저절로 노래가 된다.

시냇가 돌부리에 앉은 채로 물소리를 들으면서 물결은 잊어버렸다. 물결이 두 사람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물소리가 들려올 뿐이다. 기울어가는 석양이 내려비치는 푸른산 양쪽 언덕에 돌아오면서 주고받고 받고주는 이야기들이 저절로 노래가 되어 물소리에 스며들고 있다.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해 스님이 약사암 가는 길에 시를 지었다.

十里猶堪半日行 십리유감반일행
白雲有路何幽長 백운유로하유장
緣溪轉入水窮處 연계전입수궁처
深樹無花山自香 심수무화산자향

십리 길 반나절이면 갈만한데
흰구름 피어나는 길
어찌 이리 그윽하고
시내를 따라 점차로 물이 끝난 곳에 다다르니
깊은 숲에 꽃 없어도
산이 저절로 향기롭네

흰구름이 피어나는 십리 길이다. 반나절이면 갈만한데 길이 접어들수록 그윽하고 유장해진다. 문득 어느곳에 있는 약사암인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그건 무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시내를 따라서 한참을 굽이굽이 돌아 들어가 물이 끝난 곳에 다다른다. 깊숙한 숲나무가 나타난다. 꽃은 보이지 않아도 산에서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용성스님이 낙동강을 지나다가 시를 읊조렸다.

金烏千秋月  금오천추월
洛東萬里波  낙동만리파
漁舟何處去  어주하처거
依舊宿蘆花  의구숙로화

금오산엔 천추의 달뜨고
낙동강엔 만리의 물결 흘러가네
고기잡이 배는 어디로 갔는가
옛날 그대로 갈꽃 속에 잠들었네

고기잡이 배는 옛날 그대로 갈꽃 속에 잠들어 있는데 금오산엔 천추의 달이 떠있고 낙동강은 만리의 물결로 흘러간다.

용성스님의 무제(無題) 시 한 수 읽어본다.

佛祖元不會 불조원불회
我亦無所得 아역무소득
春深桃花發 춘심도화발
淸風吹靈山 청풍취영산

부처와 조사 원래 알지 못하고
나 또한 얻은 것이 없다네
봄 깊어지자 복사꽃 피어나고
청풍이 영산에 불어오네

바야흐로 꽃피고 새 우는 봄이다.

글 | ‌박상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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