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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도 생각도 습관입니다
원각경 보안보살장의 말씀에서
2019년 02월 01일 (금) [조회수 : 80]

부처님께서 싱긋이 웃으며 말씀을 이어가셨다.

“조금 전에 ‘내가 살아가고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네.”
“그 ‘나’라는 것이 뭡니까?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가리켜보세요.”
“가리키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지금 당장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이것이 나지요.”

부처님께서 가만히 손바닥을 내밀어 보이셨다.
“침착하셔야 합니다. 조금 전에 저처럼 평화롭고, 따뜻하고, 경쾌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셨지요?”
“네.”

“그렇다면, 침착하셔야 합니다. 당신이 평소에 하던 생각을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을 잘 들어보세요. 그리고 찬찬히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습관에서 벗어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익숙한 행동, 익숙한 감정, 익숙한 생각을 두고 흔히들 ‘나는 이렇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본래부터 그랬던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행동과 감정과 생각은 분명 언젠가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의 행동과 감정과 생각은 변할 수 있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변함없고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시작된 것은 변화하고,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이를 인정한다면 이제까지 특정한 자극에 습관적으로 반응하던 행동과 감정과 생각을 잠시 멈추고,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십시오.”
“그게 맘같이 되지를 않습니다.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 슬픔에 잠길 때, 원망이 가슴 한구석을 짓누를 때, 후회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할 때, 누군들 벗어나고 싶지 않겠습니까? ‘이러고 싶지 않아’ 하며 발버둥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고, ‘이러지 말아야지’ 하며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요? 하지만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감정이고 생각입니다.”

“침착해야 합니다. 습관의 힘이 강력할 때에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인지하더라도 멈추기가 매우 힘듭니다. 그럴 때에는 ‘자극’ 즉 ‘대상’을 바꿔서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도움이 됩니다.”
“대상을 바꿔보라고요?”

“어떻습니까? 당신은 항상 화가 나있습니까? 당신은 항상 슬퍼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은 항상 활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만약 화를 냈다면 ‘무엇 때문’이거나 ‘누구 때문’일 것입니다. 즉 당신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은 특정한 자극에 대한 반응입니다. 혹시 유난히 미운 사람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미워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주치기만 하면 그냥 미운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이셨다. 
“그냥! 바로 그것이 습관입니다.”
그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습관이라고요? 그럼, 제가 그를 미워하는 게 그 사람 잘못이 아니라 제 탓이란 말씀입니까?”

“침착하세요. 제가 당신께 묻겠습니다.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미워했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분명 그를 처음부터 미워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는 분명 ‘미움’을 일으키게 한 특정한 ‘사건’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사건이 당신에게 잊히지 않을 만큼 큰 상처를 주었거나 아니면 그가 미움을 일으키게 하는 특정한 사건을 반복적으로 저질렀을 것입니다. 그런 사건을 겪고 난 후 당신은 그가 미움을 유발했던 것과 비슷한 행동만 해도 미움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그가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즉 그냥 얼굴만 봐도 미움이 치솟았을 것입니다. 더 심한 경우에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미움이 가슴 속에서 요동쳤을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맞습니다. 제가 그냥 미워하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껄껄거리며 한바탕 웃으셨다.
“조금 전에는 ‘그냥 밉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그냥 미운 게 아니다’고 하는군요.”

그도 멋쩍은 지 머리를 긁적거렸다. 부처님께서 목소리를 조금 더 낮추셨다.
“자, 정리해 봅시다. 과거에, 그가 당신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그를 미워했다면 그 미움은 까닭이 있다고, 즉 그냥 미운 게 아니라고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가 당신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미움이 일어났다면, 그럴 때 아마 당신은 ‘그냥 밉다’고 하겠지요, 그 미움은 그의 탓이 아니라 미워하던 당신의 습관 탓입니다.”

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기는 무슨 색깔이죠?”
“전기가 무슨 색깔이 있습니까?”

“그렇지요. 전기는 색깔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기를 전구에 연결하면 빛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빛은 전구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띨 수 있습니다. 당신이 미움이라는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빨간색 불빛이 켜진 것과 유사합니다. 당신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빛깔을 내는 전구로 갈아 끼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구 갈아 끼우는 걸 잊어버렸다면, 스위치만 누르면 늘 빨간빛만 밝겠지요. 이것이 습관입니다. 이런 습관이 오래가면 전기가 곧 빨간색인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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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헌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현재 동국역경위원. 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 조계종 간행 <부처님의 생애>, <청소년 불교입문> 집필위원으로 참여. 저서로 <커피와 달마>, <붓다를 만난 사람들>, <육바라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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