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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의 선시(禪詩) 이야기
2019년 02월 01일 (금) [조회수 : 45]
   
 

덕숭산 정혜사에서 경허스님이 시를 지은 것이 있다. 흘러가는 물과 떠가는 흰구름마저 다정하게 느껴진다. 전생의 몸이 이곳에 이르렀음을 은연중에 밝히기도 한다.

德崇山頭定慧幽 덕숭산두정혜유
娑婆歲月萬年秋 사바세월만년추
禪林情慣前身到 선림정관전신도
栢樹心空曠劫悠 백수심공광겁유
富貴門前流水去 부귀문전유수거
帝王都上白雲浮 제왕도상백운부
諸君莊蝶眞如事 제군장접진여사
我亦從今曳尾遊 아역종금예미유

덕숭산 꼭대기에
정혜사가 그윽하니
사바에 흐른 세월
만년의 가을이로다
선림에 정이 푹들어
전생의 몸이 이르러와
잣나무 숲에 마음을 텅비워
광겁세월이 아득하도다
부귀한 문 앞에는
흐르는 물 흘러가고
제상의 도성 위에는
흰구름이 두둥실 떠있다.
여러분들이여, 장자의 호접몽이
진짜로 사실이라면
나도 또한 지금부터
꼬리끌고 놀리라

거북이가 살아서 꼬리를 끌고 노는 것이 죽어서 점치는데 쓰여지면서 귀하게 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이야기이다. 장자가 꿈 속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호랑나비가 되었다가 꿈에서 깨어보니 침상에서 꾸무럭거리는 장주였다. 그리고는 장자가 나비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어디에 속박받지 않고 살기가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속박받는 세계 속에 살면서 속박에서 벗어난 세계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꿈을 장자가 꾼 것은 아닐는지 모를 일이다. 잣나무 숲에 마음을 텅비우니 광겁의 세월이 아득하기만 한데 전생의 몸이 정든 선림을 찾아 이르렀다. 장자가 나비꿈을 꾸는 소식이다.

경허스님이 우연히 시 한수를 읊조린 것이 있다.

佛與衆生吾不識  불여중생오불식
年來宜作醉狂僧  연래의작취광승
有時無事閑眺望 유시무사한조망
遠山雲外碧層層 원산운외벽층층

부처입네 중생입네
나는 모르나니
요 몇 해 술에 취한
미친 승려 되어야 했네
때때로 아무 일 없이
한가히 조망해 보노라면
먼산이 구름 밖에서
층층이 푸르른 것을

구름 저 편에 층층이 떠있는 먼산만 보일 뿐 아무 일이 없다. 구름 밖에 있는 먼산이 나를 보고 있는 것인지 내가 산을 보고 있는 것인지조차 모를 정도이다. 구름도 피어 올랐다가 피어 내려간다. 내려갔던 구름이 다시 피어오르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층층 먼산은 산그대로이다.

스님이 함경남도 안변군 석왕사면 사기리 설봉산에 있는 석왕사 영월루에서 멋진 시를 한 수 지었다.

上方春日花如霰 상방춘일화여산
異鳥聲中午夢甘 이조성중오몽감
萬德通光無證處 만덕통광무증처
揷天曉碧於藍 삽천효장벽어람

산위쪽 절집의 봄 날
꽃은 싸락눈 같고
기이한 새소리 속에
낮잠이 한창 달다
만덕의 신통광명
증명할 곳 없는데
하늘에 꽂힌 새벽 봉우리
남빛보다 더 푸르러라

안변의 석왕사는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왕이 될 것이라고 꿈풀이를 해주었다는데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성계가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무학대사를 실험해보고 싶어졌다. 사주가 똑같은 거지를 찾아냈다. 깨끗하게 씻기고 그럴듯하게 차려입히고 무학대사를 찾아가게 하였다. 무학대사가 그대로 꿰뚫어 보았다. 이 성게가 질문을 한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허허허 같은 사주라고 해도 사람의 기상이 다르지요.”
영조임금도 자신과 똑같은 사주를 지닌 사람을 강화도에선가 어디에선가 찾아냈다. 벌을 기르는 양봉업자였다. 영조는 그 사람을 봉왕蜂王에 임명하였다.

무학대사가 기상이 다름을 보고 이성계에게는 왕이 될 것이라고 풀이해주었다. 꿋꿋한 기상을 기를 일이다. 기상도 잊어버리고 살 수만 있다면 더 좋은 일일 것이다.

글 | ‌박상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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