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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는 왜 이렇게 접촉사고가 많을까?
2018년 12월 01일 (토) [조회수 : 122]
   
 

한 그릇

당신은 자동차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자동차였습니다. 그래서 늘 운전법을 익혔습니다. 집에서도 그랬고, 학교에서도 그랬습니다. 핸들을 돌리고, 기어를 넣고, 브레이크를 밟고, 전조등을 켜는 법을 배웠습니다. 왜냐고요? 그래야 자동차의 인생이 굴러가니까요. 당신은 그렇게 자신을 굴리며 조금 더 행복한 길, 조금 더 풍족한 길, 조금 더 탄탄한 길을 찾아서 끊임없이 핸들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그동안 배운대로 기어를 넣고, 경적을 울리고, 깜빡이를 켜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수시로 사고가 터집니다. 과속을 하다가 앞차를 들이받기도 하고, 한눈을 팔다가 가로등에 차를 긁기도 합니다. 모퉁이를 돌다가 옆차와 부딪히고, 도로 한 가운데서 타이어 펑크가 나기도 합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차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자동차에는 상처가 생겼습니다. 이리 긁히고, 저리 부딪힌 자국 말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자신을 위로합니다. “주위를 둘러봐! 이 세상에 상처 없이 굴러가는 자동차가 어딨어. 긁힌 자국도 없이, 접촉사고의 아픔도 없이, 그런 고통도 없이 굴러가는 자동차가 어딨겠어?” 실제 주위를 둘러봐도 비슷합니다. 다른 자동차들도 그렇습니다. 이런저런 사고로 생긴 흉터를 다들 안고 굴러갑니다.
 
더 심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도착지를 향해 마구 달렸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엉뚱한 곳일 때도 많습니다. 분명 고속도로로 향했는데, 정작 자신은 덜컹덜컹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기도 합니다. 또 언젠가는 부산을 향해 앞만 보고 질주했는데, 도착해보니 목포였습니다. 그럴 때 당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이란 게 그렇지. 원래 불가사의한 거잖아. 이렇게 달리다가 결국 모든 자동차가 폐차장으로 가는 거 아니겠어? 그걸 피할 수 있는 자동차가 어딨겠어? 그게 우리의 인생이지.” 
 
두 그릇

B는 당신의 친구입니다. 그도 물론 자동차입니다. 그런데 B는 좀 달랐습니다. 운전으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된 자신의 몸과 마음을 B는 차분히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물음을 던졌습니다. “뭔가 이상해. 왜 우리는 항상 충돌해야만 하는 걸까. 내 마음은 좌회전하고 싶은데, 몸은 왜 우회전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걸까. 삶은 왜 내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 걸까.”
 
B는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껏 자신이 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운전법’을 말입니다. 눈 덮인 산을 오르고, 험한 광야를 누비면서 B는 ‘새 운전법’을 찾았습니다. 그 여정에서 책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묵직하고 두툼하고 낡은 책이었습니다. 제목은 『모토경Motor經』. 아주 먼 옛날, ‘깨친 카’라는 이름의 자동차가 남겨 놓은 ‘운전 설명서’였습니다.
 
두근두근, B는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글쎄, 책에는 ‘모든 자동차는 날 수가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도대체 그게 가능하기나 한 말일까요. 뿐만 아닙니다. 세상 모든 자동차의 기어는 4단까지입니다. 그런데 책에는 5단, 6단, 7단, 8단의 사용법도 기록돼 있었습니다. 급기야 ‘깨친 카’는 이런 어록을 남겨 놓았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기어를 무한대로 올렸다가, 무한대로 기어를 내릴 수 있다. 그런 끝도 없는 에너지가 바로 당신 안에 있다. 원래부터 당신 안에 내재돼 있다.”
 
B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그리고 책장을 한 장씩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졌습니다. “아, 맞아! 그렇지. 그동안 이걸 왜 몰랐을까.” 그렇게 수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B의 내면에서 무언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와르르, 와르르!’ 담장이 무너지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무너져 내리는 벽돌들은 다름 아닌 그동안 B가 알고 있던 ‘운전법’이었습니다. 자동차 B의 생각, 주관, 상식, 시선들이었습니다. 결국 B는 자신이 알고 있던 최고 속도, 최고 파워, 최대 주행거리 등 자기 능력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모토경』에 기록된 대로 따라갔습니다. 책을 따라서 시동을 걸었습니다. ‘부~르~릉~!’하는 굉음이 들렸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느껴보지 못한 힘과 진동이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지?” B는 조심스레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습니다. 그랬더니 자동차는 ‘쉬~이~익!’하며 바람처럼 날아갔습니다. 또 멈출 때는 솜털처럼 부드럽게 정지했습니다. 그제야 다른 자동차와 충돌할 일도 없어졌습니다.
 
바로 그때 B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그동안 ‘나’를 모르고 살아왔구나. 스스로 나의 울타리를 쳐놓고, 나의 한계를 만들어 왔구나. 그게 옳은 줄 알고 고집을 부리며 운전을 했구나. 그러니 그동안 온갖 충돌을 피할 수가 없었구나.” B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건 참회와 깨달음의 눈물이었습니다. “내 안에는 무한한 에너지가 있는데, 지금껏 엉뚱한 ‘운전법’으로 달리고 있었구나. 마치 조종사가 비행기를 타고서도 자동차 핸들만 돌리고 있었던 셈이구나. 왜 그동안 이걸 몰랐을까!” 

세 그릇

우리는 저마다의 인생, 다시 말해 저마다의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내 마음에 시동도 걸고, 마음의 핸들도 돌리고, 마음의 경적도 울립니다. 그런데 수시로 사고가 생깁니다. 당장 내 주위의 가족,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들을 보세요. 시도 때도 없이 부딪히지 않나요? 충돌하지 않나요? 왜 그럴까요? 그렇습니다. ‘나의 운전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는 본질적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착각 때문에 생겨납니다. 눈에 보이는 ‘나’가 모두 다라고 생각할 때 접촉사고는 피할 수 없습니다. ‘나’ 중심으로만 운전을 하게 되니까요.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나’를 알게 되면 달라집니다. 내 안에 숨어 있던 훨씬 더 큰 에너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새로운 운전법이 필요합니다. 그걸 위해 마음공부를 하는 겁니다. 내 마음의 주인공을 찾고자, 다시 말해 운전대의 진짜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인류의 역사에는 ‘깨친 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들이 남긴 ‘운전법’도 있습니다. 그게 바로 ‘경전經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경전을 읽고, 경전을 외고, 경전 속 가르침을 내 마음에 갖다대는 이유가 뭘까요. 그렇습니다. 내 삶을 지혜롭게 굴리기 위함입니다. 

 

이제는 물음을 던져야 할 때가 아닐까요. 자신의 내면을 향해서 말입니다. ‘내 운전대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누가 지금 운전대를 잡고 있나?’ 그게 절집에서 말하는 화두입니다. 세상의 모든 화두는 결국 이 물음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이 물음을 관통하지 않는다면 그건 화두가 아니니까요.

 

글 |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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