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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대작불사를 회향하고
2018년 11월 01일 (목) [조회수 : 141]
   
 

형형색색의 국화가 조계사 경내에 화엄만다라를 펼치고 있는 이 가을, 저 남녘 차밭에서는 하얀 차 꽃이 차밭 가득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겠지요.

차나무 꽃은 하얀 꽃봉오리를 아래로 수줍게 향하는 하심의 꽃이며, 작년에 핀 꽃의 열매와 올해 새로 피는 꽃이 함께 만나는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고 합니다. 차나무의 뿌리는 아래로 곧게 내리는 직근성으로 옮겨 심으면 잘 자라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면 두 가문이 새로 인연이 되는 신의(信義)로써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차나무 씨앗을 보내는 봉차(封茶) 의례가 있었는데, 그것이 훗날 예물을 보내는 봉채(封采)가 되었다고 합니다. 봉차문화는 지금은 사라진 풍속이지만 그 의미만은 오늘날에도 우리가 간직하고 지켜야 하는 아름다운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 겨울 12월에 저희 가정에도 장성한 아들이 아름다운 인연을 만나 백년도반을 맺는 혼사가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러하듯 품 안의 자식을 떠나보내는 아쉬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기대를 가득히 담고 평소 존경하는 노스님께 인사를 드리고자 찾아뵈었습니다. 그날 스님께서는 아들의 혼사를 앞둔 저에게 “보살님! 30년 대작불사 회향을 축하드립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순간 가슴이 확 트이면서 마음 깊이 감동이 일었습니다.
‘아, 내가 30년 동안 이 거룩한 불사를 하고 있었구나.’ 아들을 키워 온 30여 년의 세월이 영상을 보는 듯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름다운 인연을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되어 자녀들을 훌륭하게 길러내어 이 세상에 내보내는 것만큼 큰 대업이 있을까요?
더불어 덕망 있는 좋은 가정에서 어여쁜 따님을 고이고이 예쁘게 키워서 저희와 인연을 맺어주신 사돈 내외분과 며늘아기에 대해서도 무한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더욱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30년 대작불사를 회향하고, 저는 다시 서원을 합니다.
새로운 불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며늘아기는 저희와는 다른 이웃 종교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다(多)종교의 시대에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저 또한 흔쾌히 받아 들였습니다. 그리고 내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보살도를 행할 때 우리 자녀들 역시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렇게 배워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믿음은 30년, 60년, 90년……. 그렇게 이어질 것입니다. 불자로서 진실로 ‘부처님 법의 재산’을 물려주는 법다운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정진하며, 세세생생 보살행으로 그 서원을 지켜 갈 것입니다.

아들 내외는 이제 백년도반이 되어 새로운 그들의 세상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스스로를 살피고 또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밝은 마음으로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글 | 정미령(반야원, 조계사 교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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