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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2018년 09월 01일 (토) [조회수 : 226]

이판과 사판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참선하는 스님들을 이판, 포교하는 스님들을 사판이라고 하는 것인가요?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쓰던 말 중에 “이판사판, 끝장이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판과 사판은 스님들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이판(理判)이란 참선하고 경전을 연구하며 강론하고, 수행하면서 불법을 널리 가르치는 포교를 담당하는 스님을 의미했습니다. 사판(事判)은 생산에 종사하고 사찰의 업무를 꾸려가면서 사무행정을 주로 하는 스님이라고 문헌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판승은 다른 이름으로 산림승(山林僧)이라고도 하는데 산림(山林)이란 사찰의 재산을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살림한다”는 말도 여기서 유래되었죠. 근래에는 수계(受戒) 산림, 법화경(法華經) 산림, 금강경(金剛經) 산림 등의 일정한 기간 동안 행하는 불사(佛事)나 한 경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공부모임 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판과 사판이라는 말은 조선시대 때 유래된 것으로 봅니다. 조선시대 스님이 된다는 것은 마지막 신분계층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조선의 정치세력들은 유교(儒敎)를 국가 통치 이념으로 내세우면서 고려의 국교(國敎)역할을 했던 불교를 정치, 사회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억압합니다. 특히 스님들은 한양 도성 안에 출입하는 것조차 금지될 정도로 박해를 받았지요. 그래서 그 시대에 스님이 된다는 것은, 그것이 이판이 되었건 사판이 되었건 마지막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이판사판은 끝장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불교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판과 사판은 어느 한쪽이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판의 스님이 없었다면 부처님 가르침의 지혜광명이 이어질 수 없었고, 사판의 스님이 없었으면 사찰의 유지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님들은 이판과 사판을 겸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이판과 사판의 의미와는 좀 다르지만, 질문하신 것처럼 요즘 우리 불교계 안팎에서는 스님들을 구분해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단순화 되어서 선원에서 참선공부만 하는 스님들, 큰 절이나 도심 포교당에서 포교만 하는 스님들로 나누기도 합니다. 참선으로 대표되는 수행의 모습과 전법(傳法)의 포교 활동이 표면적으로는 차이가 있어 보이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구별할 수 없습니다.

출가한 스님들의 수행에 참선과 포교를 구분하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스스로의 수행이 어느 정도 무르익지 않고서는 대중들을 교화 할 수 없는 것이지요. 또한 선원에서 수행하는 스님들도 세간의 일에 무관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포교를 하는 스님들도 틈틈이 수행을 쌓지 않으면 안 됩니다. 수행은 포교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포교에 전념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훌륭한 수행이기도 합니다.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가르침 중 하나가 “상구보리(上求普提) 하화중생(下化衆生)”입니다. 저는 상구보리의 정신적 기능과 하화중생의 사회적 기능을 잘 읽어야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정신을 사바세계에 실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생이 있는 곳,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에 수행이 있고 전법의 포교가 있습니다.
 
요즘 우리 시대는 지식의 발달과 정보의 홍수로 사회가 전문화 되어가는 실정입니다. 사찰의 운영도 전산화되고, 현대적인 회계의 관리 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찰에서도 대 사회적인 사업과 복지활동 등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판사판이라는 용어와 수행과 포교라는 말은 둘이 아닌 하나의 의미로 쓰여 집니다. 바른 이치를 터득하고 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이판과 사판의 진정한 정신이고, 수행과 포교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 |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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