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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과의 인연
2018년 10월 01일 (월) [조회수 : 148]

“선생님 이거 먹으세요” 커피 한 잔을 내게 가져온 베트남 학생의 말이다. 나는 웃으면서 받아 “잘 마실게요.” 하며 수줍어하는 얼굴을 본다.
선생님에게는 높임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지만 ‘잡수세요’라는 말을 몰라 무조건 ‘세요’를 붙이면 높임말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문화가정 여성들, 정확히 말하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온 외국인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지 올해 10년째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곳에서 오직 남편만 보고 온 여성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처음 와서 몇 개월 동안은 향수병에 젖어 우는 여성들도 많다. 그러나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대화가 조금씩 가능해지면 차츰 마음이 안정된다.
생소한 언어, 따라 읽기조차 힘든 한국어,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표정 없이 쳐다보기만 하던 그들이 한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성취감과 보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모국에서 혼인 신고만 하고(그래야만 결혼비자를 받아 한국에 올 수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못 올리다가 조계사의 도움으로 합동결혼식을 하는 날 눈물을 흘리는 모습, 첫아기를 낳은 후 병원에서 제일 먼저 찍어 보낸 사진, 돌잔치에 초대해 같이 사진 찍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단지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만이 아니라 그들이 고향 어머니의 품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처음에는 언어 소통이 되지 않아 시댁 식구들, 특히 시어머니와 의사전달이 어려워 생기는 불만과 불화를 극복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가장 힘든 일이다.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면 원만한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며 심리적 고립감, 소외감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괴로워한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빠르면 3개월, 늦으면 6개월이 지나 쓰기와 읽기는 조금씩 하지만 제일 어려워하는 것이 듣기와 말하기이다.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아기를 낳아 키우면서 말을 하기 시작할 때 아이와의 대화가 어려워 모국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하게 되므로 아이의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국어를 1년 배우면 쉬운 말로 의사표시가 가능하고, 2년 후에는 남편과 시어머니와의 대화에 불편이 없게 되며 3년이 되면 어느누구와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갖게되어 아이와의 대화도 순조롭게 할 수 있다. 물론 본인의 반복된 학습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좀 더 나은 생활을 꿈꾸며 한국에 왔으나 낯선 땅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 여성을 보며 그래도 모국에서 보다는 여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에 만족하고 문화 차이를 극복하여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는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종교는 다르더라도 부처님의 가피가 항상 함께하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그들을 좀 더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으로 교사의 임무를 수행할 것을 다짐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글 | 한은해(향광심. 조계사 사찰안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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