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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을 때 나는 손해만 보는 걸까?
2018년 10월 01일 (월) [조회수 : 117]

한 그릇

가을밤, 별이 유난히 많습니다. 어떤 별은 참 밝습니다. 반짝반짝, 보석 같습니다. 또 어떤 별은 아주 희미합니다. 그런데 아세요? 희미한 별은 거리가 멀기 때문이고, 그 별 하나가 어쩌면 하나의 은하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은하가 너무나 멀리 있어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처럼 보이는 거지요. 그게 만약 은하라면 몇 개의 별을 품고 있는지 아세요? 무려 1000억 개 이상입니다. 그렇게 많은 별들의 모임을 우리는 ‘은하’라고 부릅니다.
 
그럼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몇 개나 있을까요? 천체물리학자들은 약 1250억 개가 있다고 합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우주의 크기가 얼마나 크기에, 1000억 개의 별이 모인 은하가 1250억 개나 있을까요. 생각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이런 은하의 중심에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블랙홀입니다. 처음에 블랙홀은 이론상 존재였습니다. 형체도 없고, 색깔도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블랙홀의 존재’를 입증했습니다. 처음에 ‘블랙홀의 실재’를 알았을 때 과학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블랙홀은 주위에 있는 모든 물질들, 심지어 빛까지도 빨아들이는 존재니까요. 그러니 근처에 가면 달이나 지구도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오죽하면 블랙홀에 ‘우주의 식인종’이란 별명이 붙었을까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두 그릇

그런 ‘우주의 식인종’이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지구가 속한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가 안드로메다입니다. 그런데 안드로메다 은하의 중심에 블랙홀이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과학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블랙홀은 수억 광년 떨어진 ‘멀고 먼 공포’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바로 지구의 이웃에 ‘블랙홀’이 있었던 겁니다.
 
연구가 진척되자 더욱 놀라운 게 발견됐습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뿐만 아니라 지구가 속한 이 은하의 중심에도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은하 안에 이미 블랙홀이 있는 겁니다. 알고 보니 모든 은하의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 UCLA의 안드레아 게즈(물리학·천문학) 교수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도 ‘거대 블랙홀’이 존재한다. 다만 블랙홀이 휴면 상태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사람들은 더 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겁먹을 일일까요? 

세 그릇

사람들은 이 우주의 은하에만 블랙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도 ‘블랙홀’이 있습니다. 왜냐고요? 내가 바로 하나의 은하이자, 하나의 우주니까요. 천체물리학자들은 말합니다. “거대 블랙홀의 중심에선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물리학의 모든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중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는 완전한 수수께끼다. 그것을 풀기 위해선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른 물리학이 필요하다” “은하와 블랙홀은 탄생 때부터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으리라 본다.” 이렇게 짐작만 합니다.
 
이런 블랙홀의 비밀도 ‘내 안의 블랙홀’을 통해 하나씩 풀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약 60조 세포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 세포 하나하나가 실은 ‘별’입니다. 그러니 나의 몸은 60조의 별이 모인 거대한 은하인 셈이죠. 이들 세포 중 상당수가 날마다 파괴되고, 또 날마다 새로운 세포가 태어납니다. 그런 파괴와 창조의 통로가 어디일까요.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블랙홀’입니다.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별(色)’이 ‘파괴(空)’되는 건 색즉시공(色卽是空)입니다. 새로운 별이 창조되는 건 ‘공(空)’이 ‘색(色)’으로 화하는 ‘공즉시색(空卽是色)’입니다. 그렇게 색과 공이 서로 들락날락하는 겁니다. 그렇게 들락거리는 통로가 바로 블랙홀입니다.
 
네 그릇

“블랙홀은 빛과 물질 등 모든 걸 빨아들이기만 하는 데, 어떻게 거기서 창조가 일어나는가?” 이렇게 반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우주에는 ‘블랙홀’만 있는 게 아닙니다. ‘화이트홀’도 있습니다. 모든 걸 빨아들이는 게 ‘블랙홀’이라면, 모든 걸 내뱉는 게 ‘화이트홀’입니다.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에서 화이트홀의 존재를 아직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따로 보기 때문입니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은 둘이 아닙니다.
 
 하나의 통로가 빨아들일 때는 블랙홀이 되고, 내뱉을 때는 화이트홀이 됩니다. 최근에는 우주 과학자들도 “블랙홀이 에너지를 빨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다. 블랙홀이 에너지를 배출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나’라는 우주가 숨을 쉴 때도 그렇습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들숨’이 되고, 내뱉을 때는 ‘날숨’이 됩니다. 들숨의 통로와 날숨의 통로는 같습니다. 하나의 목구멍입니다.
 
불교가 끝없이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숨을 내뱉어야 다시 들이마실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생기(生氣)가 돕니다. 파괴를 해야 다시 창조가 됩니다. 그래서 파괴가 없으면 창조도 없습니다. 이제 아시겠죠? ‘내려놓음’이 손해만 보는 고통스런 일이 아니라 얼마나 큰 창조적 행위인지 말입니다.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담당 기자, 저서 『생각의 씨앗을 심다』
『흔들림 없이 두려움 없이』『만약 마음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이제, 마음이 보이네』『현문우답』『예수를 만나다』

 

글 |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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