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8 토 16:40
> 뉴스 > 기획칼럼 > 사색의 뜰
     
번뇌즉보리
2018년 05월 01일 (화) [조회수 : 307]
   
 

글을 쓰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나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앞서서 선뜻 시작하지 못한다. 그래도 잠시 마음을 비우고 나의 신행 생활을 돌아본다.

어려서부터 엄마를 따라 절에 다니던 나는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오빠의 안내로 석천사 불교학생회에 다니게 되었다. 본격적인 불교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중학교 3학년 겨울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아난다마가, 라자 요가, 동사섭, 아봐타 등 여러 영성 문화도 접하게 되었다. 그런 공부는 내 안에 이미 있는 불성에 긍정적인 힘을 더하여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 엄마가 된 후로는 아이들과 함께 유아 법회, 어린이 법회가 있는 조계사를 찾았다. 그 인연으로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유아, 초등, 중·고등 법회를 후원하는 학부모 모임인 선재법등(지금의 청소년지원팀)에 소속되어 200여 명이 되는 아이들을 위해 점심공양을 준비하고 여러 가지 행사도 후원하는 봉사 활동을 하였다. 선재법등장으로 활동하던 10년 전에는 불교학교 아이들이 만발에서 점심 공양을 하였다. 아이들이 어른들 틈에 끼어 있으니 선재법등 자모들은 아이들 밥을 따로 준비하고, 아이들 자리 미리 잡고, 밥 챙겨 주느라 북새통이었다. 게다가 12시가 넘어서야 법회가 끝나는 중·고등부 아이들은 만발에 줄을 서는 것이 불편하여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중에는 아침도 굶고 온 아이들이 많았다. 숫기가 없는 아이들이 어른들 틈에 줄을 서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교육국장 스님과 교육팀장에게 건의를 했다. 아이들을 후원에서 공양하게 해 달라고 요청을 드린 것이다. 스님들의 공양 공간에서 늘 재잘대는 아이들을 밥 먹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려움이 조금 있긴 하였지만 아이들은 결국 후원에서 밥을 먹게 되었다. 
엄마들뿐 아니라 부부도 열다섯 팀 정도가 합세하여 매주 봉사활동을 하였다. 넘치는 열정의 거사님들의 건의로 팝콘, 슬러쉬, 솜사탕 기계까지 돌렸다. 매주 법회가 끝난 조계사 마당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수송 공원과 마당에서 천진불이 되어 뛰어놀곤 하였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조계사 마당에서 500여 명의 아이들을 맞이하는 다양한 잔치가 있다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이 세상에 사랑과 행복이 충만해지는 것 같다.

내가 불교대학 총동문회장이 되어 장학회에 관심을 가진 배경에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던 과거의 인연이 있다. 선재법등장 시절에도 신도회 임원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일 년에 백만 원씩 후원해 주셨다. 그때부터 거사님들이 주측이 되어 월 만 원씩 후원을 하자는 이야기를 해왔다. 미래의 불자들에게 하는 투자는 곧 자신에게 하는 투자다. 아이들은 점점 줄고 어른들의 평균 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 법회 후원에는 나와 너를 가릴 이유가 없다.

조계사 총본산 성역화를 위한 금강경 복장 불사 1차 모금을 하던 때였다.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부처님 말씀에 ‘일체유심조’라고 했던가. 108명을 모아 보자 하고 마음먹으니 조계사 삼존불에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고맙다며 명선지 보살님의 도반 한분이 최고 21명까지 모아 주고 해서 금방 108명을 모을 수 있었다. 신심과 원력은 정말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

나의 신앙생활은 봉사활동이 전부는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하는 것은 나의 중요한 공부 거리다. 지난 3월, 53선지식 강좌에서 들었던 혜국 큰스님의 말씀이 지금도 나를 일깨우고 있다. 그것은 지금 여기 바로 깨어 있는 해탈의 삶을 살려면 아직 젊은 지금 불법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나의 삶은 불교를 떼어 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내가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 중의 하나는 보시이다. 큰 보시는 물질 보시도 있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와 부드러운 미소도 빼놓을 수 없는 보시이다. 나는 언변이 좋지도 않고 힘 있고 강단 있게 일을 추진하는 성향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잊지 않는 덕목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모두 자기 말하기에 바쁜 세상이다. 하지만 판단,  분별없이 그 사람 입장에서 들어주고 이해하고자 애쓰는 마음은 보시를 중시하는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그것이 가까운 사이일수록 쉽지 않아 고민이다.
 
최근 신행단체 리더 역할을 하게 되면서 공부가 많이 되었다. 이제는 오해가 있어 불편함을 드렸다면 보이는 모습에 대한 책임 또한 나에게 있는지라 그것까지도 사과를 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었다. 관계의 불협화음에는 내 책임 또한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상대가 나를 어찌 보는가는 그 사람의 몫이라 해도 상대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나에게 있다. 이를 알아차린 순간 저항 없이 모든 것을 놓을 수 있었다. 저항은 또 다른 저항을 가져올 뿐이다.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 그리고 사과하는 것. 그것은 열린 마음을 갖도록 자신을 성찰하고 끊임없이 정진하게 하는 길잡이이며 또한 내가 바로 부처로 사는 첫걸음이다.

한 번은 회의 자리에서 누군가 나에게 이것을 왜 이렇게 했느냐고 물었다. 순간 저항의 마음이 일어나며 화가 엄청 치밀었다. 나의 그 반응에 스스로도 놀랐다. ‘나 없다’를 얼마나 오랫동안 배웠던가. 상대가 틀리고 내가 옳다는 생각에,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렇게 화가 나다니. 숱한 시간 쌓아 올린 것이 무너지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나 없음’을 명상해야 하는 것일까 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를 내세우기보다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상대를 살리고 나를 살리는 최고의 길임을 새삼 깨우친다. 부처님 법은 알아갈수록, 실천해갈수록, 진정 최고의 법임을 실감한다. 역경계에 직면시켜서 이렇게 나를 성장시키신 그분은 진정 부처님이시다. 그분께 깊고 깊은 감사가 올라온다. 이렇게 나를 성장시키는 부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족함으로 심려를 끼쳤음에 사과를 드립니다.

내가 불법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어떠하였을까? 어려움과 마찰에 직면하여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올바로 사유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자책하면서 많이 좌절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중중연기요 내가 지은 인(因)에 대한 과(果)일 뿐이라는 것을, 그 모든 것이 공(空)이라는 것을 보지 못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번뇌즉보리, 탐진치 즉 보리라.
부처님 감사합니다.

글 | 김경숙 (호연 / 교육본부 불교대학총동문회 회장)
글 | 김경숙 (호연 / 교육본부 불교대학총동문회 회장)의 다른기사 보기  
ⓒ 미디어조계사(http://news.jogyesa.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조계사뉴스
‘백만원력 결집불사 저금통과 약정금 ...
노드정보기술, 열화상 카메라 기증
화엄성중기도 입재식 봉행
문화
방송
조계사 정초7일기도회향 원행스님 ...
조계사 정초7일기도입재 지현스님 ...
조계사 일요법회 진우스님 법문(2...
기획칼럼
고달픈 민초들의 염원, 미륵의 세상을...
좋은 인연 만들기
보살(12)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3144)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5 | Tel 02-768-8600 Fax 02-720-2299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수용
Copyright 2010 미디어조계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