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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며 산다는 것
2018년 03월 01일 (목) [조회수 : 69]
   
 

절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정진(精進)이라는 말이 있다. 애초에 불교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적잖게 사용하는 말이어서 자칫 그 의미를 오해할 여지도 있다. ‘학업에 정진하다.’와 같이 어떠한 일에 열심히 노력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아서 ‘정진’은 ‘노력’의 비슷한 말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러한 의미 또한 ‘정진’이라는 말은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정진의 의미는 악한 것을 버리고 선한 것을 취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옳지 않는 것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어떠한 절대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 그렇다. TV나 신문 같은 매체에서 세상이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읊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을 통해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망설여질 만큼 이슈가 넘쳐나고 복잡하기 그지없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는 부모의 말씀이 진리인양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따로 생각할 것 없이 누군가 부모가 되어 나에게 선과 악을 구분하여 알려준다면 편리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살아갈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누군가 정해주고 나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그렇게 정해진 올바르다고 하는 길을 무작정 걸어야만 한다면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각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해야만 한다. 노력하며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판단을 열심히 한다는 뜻이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열심히 생각해보고 그것이 결정된다면 그 올바른 길에 숙련되도록 노력하여 그 길을 꾸준히 가는 것이 바로 노력하며 산다는 의미이다. 절대적으로 선하고, 절대적으로 악하다는 것은 없다. 만일 누군가 나에게 어떠한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그르다고 말한다면, 그래서 내가 남이 그렇게 정해준 올바른 길을 가거나 그르다는 길을 가지 않는다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그것을 ‘정진’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모든 판단은 내 스스로가 해야 하며, 내가 결정한 올바른 길을 갈 때만 거기에 ‘정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가 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생각한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판단할 자신이 없고, 그저 나보다 똑똑한 다른 사람이 정해서 알려주었으면 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일 것이다. 내가 가야할 길이 과연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스스로 생각하여 결정하기 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정하거나 적어도 조언이라도 듣고 싶은 것이 우리들 범부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가 나약한 생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무엇이 그릇된 길인지는 우리 스스로가 분명히 알 수 있다. 누구나 그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준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움직일 수 없는 기준’이라고 말하면 앞서 ‘절대적인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그와는 분명 다르다.

만일 어떤 행동하기에 앞서 불안함을 느낀다던지,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분명 그릇된 행동이다. 만일 어떤 말하기에 앞서 화가 난다던지 자만심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분명 그릇된 말이다. 만일 어떤 생각하기에 앞서 질투심을 느낀다던지, 욕심이 생긴다면 그것은 분명 그릇된 생각이다. 들뜬 마음, 인색한 마음, 후회나 게으름, 혼미한 정신이나 의심 등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그릇된 길이다. 누가 이야기 해주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가 가장 잘 알 수 있다.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취할 행동, 말, 생각을 실행하기 전에 되짚어본다면 그것이 바른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그것이 ‘움직일 수 없는 기준’이며,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다주는 선한 업(業)이다.

어떠한 경우 이처럼 ‘움직일 수 없는 기준’이 내 마음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느껴진다면 초심으로 돌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공부를 통해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고, 그 믿음을 근거로 흔들리는 내 마음을 바로 잡아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여 올바른 길을 나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노력하며 살기, ‘정진’일 것이다.

 


참조 : 각묵스님(2010), <초기불교이해>, 초기불전연구원, 울산.

글 : 안필섭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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