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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화두-순례의 길, 봉정암에 오르다 <2>
살아생전 꼭 한번은 찾아가 참배해야 할 그곳.
2011년 12월 19일 (월) [조회수 : 931]

   
▲ 봉정암,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의 길지 요람
봉정암(鳳頂庵).
봉정암은 설악산의 대,소 사암 중 제일 먼저 창건된 백담사 부속 암자다. 소청봉 서북쪽 능선 밑 해발 1,224m에 위치해 있는데 행정구역상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2리 690번지이다. 사찰에서 전하는 설명과 기록에 의하면 봉정암은 지금으로부터 1,350여 년 전, 당나라 청량산(오대산)에서 3.7(21일 기도를 마치고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받고 귀국한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한다. 진신사리 봉안처를 찾아 신라로 돌아온 자장율사는 먼저 금강산에 들렀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봉황을 보고 뒤따르기 시작했다. 한 참을 따라가다 한 곳에 이르렀는데,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서 봉황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바로 이곳이다!” 주위를 둘러본 자장율사는 도착한 그곳이 길지(吉地)임을 알고 오층 사리탑을 세워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조그만 암자도 건립했는데 그곳이 봉정암이었다.

그때가 신라 선덕여왕 13년(644), 창건 이후 원효대사 보조지눌 국사 등이 중창을 했고, 환적(幻寂)스님, 등운(騰雲)스님 등이 여러 번 중건을 했는데, 한국전쟁 당시 암자는 모두 소실되고 10여 년 이상 탑만 남아 있던 것을 1960년대 전각을 다시 세우고 1985년경 대대적인 불사로 새로운 골격을 갖춘 암자가 재탄생했다.

그러나, 지금의 봉정암은 전 주지 정념스님과 전, 주지 혜안스님이 가꾼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봉정암을 천하제일의 기도도량으로 중수하기 위해 정념스님과 혜안스님(당시 총무스님)은 헬기를 동원, 목재와 석재를 날라 아무리 많은 눈비가 내리고 세찬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 전각들과 대웅전을 튼튼하게 불사 중건하여 지금의 봉정암을 만들었다. 마침 필자가 방문한 때도 개축 불사가 한창이라 헬리콥터가 건자재를 운반하는 관계로 부처님 불뇌사리탑이 훼손되지 않게 네 개의 각목에 전신이 밧줄로 묶여 계셨다.

   
▲ 헬리콥터가 건자재를 운반하고 돌아가고 있다. 한번 헬기 이용에 많은 돈이 든다.
   
▲ 불사 건자재를 헬리곱터로 운반하는 관계로 불뇌사리탑이 밧줄에 묶여 계신다. 탑엔 경주 남산에 삼층탑처럼 기단부가 없는데 이는 설악산 전체가 기단이기 때문이다.

불뇌사리탑(佛腦舍利塔)

오층으로 이뤄진 불뇌사리탑에는 부처님의 뇌사리가 봉안돼 있다. 불뇌보탑(佛腦寶塔)이라고도 한다. 고려 시대 양식을 갖춘 탑에는 기단부가 없다. 대개 일반 탑에는 기단부가 있는데 왜 이 탑에는 기단부가 없을까? 얘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자연으로 된 거대한 암반이 탑을 받치고 있는데 이는 설악산 전체, 아니 우리나라 국토 전체가 기단부가 되어 이 탑을 떠받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불멸(不滅)의 몸’인 부처님 사리가 봉안된 탑을 지탱하기 위하여 설악산 전체가 탑을 보위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불뇌사리탑에는 기단부가 없다. 또한, 탑이 시작되는 자연암반 위에 조각된 연꽃, 아름답게 피어 있는 연꽃은 바로 밑의 바위 즉, 설악산 전체가 부처님의 의자인 ‘연화대(蓮花臺)’인 것이다. 그러니 그 탑 앞에서 올리는 정성스런 기도가 어찌 영험하지 않고 간절히 발(發)하는 소원도 성취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그대 삶의 무게로 고단한 자여! 거룩한 마음으로 부처의 이름을 부르며 참배하고 참배하라, 곧 평안에 들어 행보해 지리니-
<봉정암을 찾는 이유.>
해발 1,244m 설악산에 위치한 봉정암 참배는 매년 5월 중순 경부터 시작된다. 11월부터 다음 해 5월 중순까지는 참배객들이 봉정암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그 기간 동안은 많은 눈과 세찬 바람 등으로 사실상 산행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물론 능숙한 등산객은 이 기간 중에도 봉정암을 들러 참배를 하고 대청봉을 오르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5월 중순 이후 날이 풀린 뒤에야 엄두를 내어 참배를 하러 온다. 평소 주말이면 5~600여 명이 올라오고 단풍이 드는 10월 초 가을철에는 1천 여 명에서 1천오백 여 명의 참배객들이 몰려드는데 음식, 식수, 잠자리 등 모든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찰 측에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 속세에 그 어떤 진수성찬이 봉정암 양푼에 밥 한술만 하랴,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식단은 미역국이 담긴 양푼에 밥 한술 그리고 오이 세 쪽이지만 갖은 고초 끝에 도달한 봉정암에서의 식사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일렬로 늘어선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식사를 마친다. 그것은 오랫동안 숙련된 노하우도 한몫을 하고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순서를 지키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높은 산중에서 한 끼의 따뜻한 끼니를 때울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하고 부처님께 감사드린다. 산속은 으슬으슬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기온이 급강하한다. 옷깃을 여미며 삼삼오오 자판기 앞에 모여들어 공짜로 뽑아 먹는 커피 한 잔, 그 또한 일미이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바로 대웅전에서 저녁예불이 시작된다. 겨우 엉덩이만 걸칠 수 있는 푸른 좌복을 챙겨 많은 사람들이 적멸보궁에 자리를 한다. 보따리 보따리 이고 지고 챙겨 온 소원들을 바리바리 풀어 기도를 한다. 기복(祈福)이건 기도(祈禱)이건 간절히 간절히 올리는 마음의 소원. 저녁예불을 끝내고 법당에 남아 기도를 올리거나 피곤한 몸을 쉬러 숙소로 찾아들지만, 좁은 골짜기에 수많은 인파, 겨우겨우 숙소에 끼어들어 새벽예불이 시작되는 3시 반 까지는 칼잠을 자야 한다. 미명의 시간 새벽예불을 마치고 다시 어제저녁처럼 아우성으로 아침 식사, 그리고 하산 길에 허기를 메우라고 나누어 주는 김말이 주먹밥 하나, 다시 백담사로 내려와야 하는 빼곡한 일정.

   
▲ 법당안에는 부처님 사리가 모셔져 있는 탑이 있는 관계로 부처님이 주석하시지 않는다.
그렇게 오르기 어렵고 불편한 봉정암을 사람들은 왜 다시 찾으려고 하는 걸까? 그것은 그 높은 성지에서 부처님을 친견하고 간절한 기도를 통해 내면의 욕망을 씻어 내고 새로운 환희와 감동을 느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봉정암을 다녀온 여러 사람들이 그러한 감동을 경험하고 그 신비스러움을 몇 번씩 얘기한다. 허기 끝에 먹은 미역국밥과 무한정 리필되는 커피 맛과 뜬눈으로 지새운 새우잠의 추억과 어스름 호젓하게 친견한 불뇌사리탑의 진한 감동을 결코 잊지 못해 사람들은 또다시 봉정암을 찾게 되는 것이다.

   
▲ 몸과 마음을 설악산 계곡수처럼 청정하게 하고 정진하라 정진하라.
봉정암에는 아홉 분의 스님들이 주석해 계시는데, 여성 불자들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그들의 불편함과 일상을 보살펴 주고자 비구니 스님들도 주석해 계신다. 주지 삼조(三祖) 스님은 “봉정암에 찾아와 참배 드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마음 내기도 어렵고, 모처럼 찾은 봉정암에 와서 아무런 지장 없이 참배객들이 기도를 잘하고 편안하게 있다 돌아가게 해 드리는 것이 저의 소임이며 소원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지금의 봉점암이 있기까지 문수전 불사와 숙사 등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함을 드린다고 했다.

아침 7시 주먹밥 한 덩이를 받아 들고 하산하는 길, 오를 때보다 더 힘이 들고 발톱이 상해 가는데, "맨날 무엇해 달라, 자식 학교 붙게 해 달라, 돈 많이 벌게 해 달라, 잔뜩 속세의 욕심만 봉정암에 부려 놓고 가지 말고, 부처님의 진리대로 살게 해 달라고 소박하게 기도드리고, 내년에 봉정암에 다시 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드리라."는 어제 저녁예불에서 구암스님의 법문 한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 그대여! 마음에 구김이 들거든 떠나라! 저 운무에 휩사인 그 신비스런 봉정암으로...
<그렇다. 누구나 사노라면 때론 지독한 도로(徒勞)속에서 감당 못할 절망으로 맨 벽에 머리를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무언 가에 쫓기듯 안절부절 마음을 못 잡고 허둥대며 소리 내어 엉엉 울어 보고 싶은 날도 있고, 옆에 만만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적당히 시비를 걸어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은 날, 그 어디에도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암흑 속에서 무력감이 팽배되어 수 만 번 자살을 꿈꾸던 날, 당신은 떠나라! 모든 것 다 떨쳐 버리고 봉정암으로 가라. 부처님 불뇌사리탑 앞에 엎드려 엉엉 울며 나를 비워 내는 화려한 자살을 하라! 그러면 당신은 진정한 나(自我)를 찾게 될 터이니->

2011.12.19. 봉정암 기행 終
 

글과 사진 : 미디어팀 박용신 (백암) 기자 bag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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